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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6. 2023

불꽃 그리고 소설

창작의 불꽃, 시간의 불꽃이 담긴 원주 토지문화관

순식간에 화려함을 보여주는 불꽃도 결국 사라져서 없어지고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도 결국 사라져서 없어지게 된다. 불꽃놀이와 사람의 인생은 어떤 측면에는 닮아 있다. 어떤 인생은 축제를 빛내는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처럼 보이지만 어떤 인생은 작은 폭죽놀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큰 소리와 함께 공기까지 흔들리며 사람의 마음을 잠시 심쿵하게 만드는 불꽃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여의도나 부산등에서 열리는 불꽃놀이에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9월에 열린 원주 댄싱카니발의 개막식 때 불꽃놀이가 열렸다. 불꽃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동영상으로 찍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통영이 박경리가 시작된 도시라면 원주는 박경리가 잠들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토지라는 소설을 완성하였기 때문이다.

불꽃놀이를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별을 만드는 것 같이 보인다. 화려하게 터져서 빛이 나서 하나의 점점으로 빛이 나서 결국 사라진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토지 속의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불꽃이 터질때 마침표도 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듯이 한 사람의 삶은 물론 죽음까지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쉼표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생에서 때론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비범해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고 화려한 미사여구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 소설과 닮아 있다. 이제 박경리의 삶이 묻어 있는 원주의 토지문화관으로 발길을 해본다.  

원주 토지문화관은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회촌길 79에 자리하고 있다. 토지 문화관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99년으로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은 숲 속의 맑은 공간에서 국내외 여러 석학 및 예술인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미래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문화관을 세웠다고 한다.

토지문화관은 사는 문제의 전반에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토지문화관은 학술. 문화 행사를 기획 및 추진하고, 연구 및 창작 활동을 지원하며 국제 학술, 문화 교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화관은 대지 2,658㎡에 연면적 5.115㎡의 규모로 지상 4층(본관, 숙소 및 집필실) 규모로 대회의실, 세미나실, 숙소시설, 부대시설(야외무대, 식당, 휴게실/전망대, 도서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삶을 살면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100세 시대에도 반백년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삶이 짧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의 관점일 뿐이다. 단 하루를 살아도 어떻게 사는지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삶은 온전히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은 온전한 삶일 수 있다.

박경리 작가의 삶은 소설이나 태어난 곳으로 통해 혹은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다. 그녀가 태어났던 통영에는 수없이 가봤으며 그녀의 작품 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하동의 최참판댁은 마치 필자의 별장처럼 가봤으며 원주 역시 그녀의 삶이 묻어 있는 곳은 모두 돌아보았다.

구한말부터 광복에 이르는 험난한 역사적 흐름을 폭넓게 조망하는 이 작품의 원고가 완성된 건 공교롭게도 작품의 마지막 장면과 같은 8월 15일이었다. 1980년 서울 정릉 집을 떠나 이주한 이래 200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박경리는 원주를 지켰다.

본질적인 땅이란 의미로 해석되는 원주(原州)는 펄벅의 대지 혹은 박경리의 토지의 다른 모습이다. 그 땅에서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인간미 있게 그려지는 것이 바로 소설의 매력이다. 그런 소설을 쓰고 싶은 것이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

돋보기로 보아야 사람의 삶을 더 깊게 그리고 세세히 볼 수가 있다. 박경리의 삶이 불꽃같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불꽃과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닮아 있다. 불꽃놀이를 보고 있으면 어떤 불꽃이 터질지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매번 설렌다. 삶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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