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사계절의 색감을 품은 동해의 추암해변
겨울의 쌀쌀함이 오기 전에 조금은 다정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나뭇잎의 색이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며 시간이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상록수만큼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준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겨울이 되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평온하고 좋을 때는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가 없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좋을 때도 힘들 때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가진 다정함을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동해시의 추암해변이다. 바다의 이름을 그대로 딴 도시는 동해시와 남해군뿐이다. 오래전 추억을 되살려보는 시간이다. 장미의 미소라는 노래에서 한 두 번도 아닌데 그대를 만날 때면 자꾸만 말문이 막힌다는 그때의 그 모습이 아련한 시간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무척 짧다. 마치 잠시 찾아오는 행복처럼 예민하게 포착해서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 수가 있다. 여름이나 겨울은 상대적으로 길다. 덥고 추울 때는 조금 더 준비해서 둔감해져서 보내보는 것이 불행을 견뎌내는 것과도 닮아 있다.
가을의 추암해변은 여명과 어울리는 곳이다. 해가 뜨는 곳이기에 희미하게 날이 밝아 오는 빛의 여명을 먼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둠이 짙게 깔려 있는 동해는 첩첩한 바위의 모습들이 조명에 빛을 내지만 기다리고 있으면 바다 수평선 너머로 한 송이 연꽃처럼 흩뿌려지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이윽고 보인다.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삐죽삐죽 솟아오른 바위들의 모습을 본다. 어둠이 존재하지 않으면 빛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이 없으면 가을의 풍족함을 느낄 수 없듯이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들만 쫓아다니고 좋지 않은 것들은 외면하려고만 한다.
동해의 가볼 만한 곳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해오름의 고장의 이정표를 본다. 남한산성의 정동방은 이곳 추암해수욕장이다.
찾아가고 싶은 곳의 모습이 곧 내가 가고 싶은 곳이며 만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머무는 곳의 풍광이 곧 나의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추암해변과 같이 좋은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 좋은 감정을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 되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변화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사계절 변하지 않는 상록수는 자연 속에서만 볼 수 있다. 핵가족에 대한 설명을 교과서에서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더 쪼개지고 흩어진 핵개인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동해시 추암해변은 가을에 사색하기에 좋은 곳이다. 더 많은 감정이 몰려오고 생각이 더 많아질 때 찾아가서 걸으면 괜찮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다. 마치 겨울에도 초록색을 잃지 않는 상록수처럼 말이다.
가을의 추암해변은 애국과 3절에 걸맞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하늘 높이는 똑같을 텐데 다르게 보는 것은 왜일까.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은 파도치는 소림, 바람이 부는 소리, 4B로 스케치북에 선을 긋는 소리, 지저귀는 새소리로 작용해 뇌를 자극하여 심리적 안정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벤치에 앉아서 가을의 선율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