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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0. 2023

근심의 무게

 가을에 물들기 시작한 진천 종박물관의 식파(息波)

비행기의 속도로 볼 수 있는 것과 자동차의 속도로 볼 수 있는 것과 자전거를 타면서 볼 수 있는 것과 걸으면서 볼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면 줌의 성능이 좋은 카메라로 멀리 있는 물체를 당겼다가 광각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다급하게 빠르게 가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멈춰 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식파(息波)란 물결을 잠재운다는 뜻으로 근심을 내려놓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천 종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곳에는 생거판화박물관도 자리하고 있는데 지난 8월 8일부터 오는 11월 5일까지 목판화가 이동환의 특별기획전으로 칼로 새긴 장준하전이 열리고 있다. 한 여름에서 겨울초입까지 만나볼 수 있는 판화전시전이다. 

덕을 품어 온갖 사물이 해를 입히지 못하면 양생(養生)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라고 하는데 기운이 고요히 가라앉고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이 잠잠해진다면 세상의 모든 것에 두려움이 없다고 한다. 

물결이 잠재울 것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가 치는 종소리만이 들려온다. 진천 종박물관이 자리한 곳에 있는 종들은 누구나 와서 쳐볼 수가 있다. 사찰이나 지자체 앞에 자리한 종은 누구나 칠 수 없어서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어떤 소리는 잔잔하면서 울림이 있고 어떤 소리는 그냥 시끄럽기만 하다. 

가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볼 수가 있었다. 천하절경을 좋아했던 옛 선비들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즐기고 다른 사람들의 근심을 식파(息波) 즉 물결을 잠재우듯 하려고 했다고 한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이곳을 방문했다면 생거판화미술관의 전시전도 감상해 보자. 

식 파라는 표현은 순수한 우리말 달빛이나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윤슬과 잘 어울린다. 한자는 뜻문자이고 한국어와도 잘 어울린다. 

10월에는 진천종박물관의 기획전시실에서 식파라는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팀 키아프(CYAF Creative Young Art Frontier)라는 전문 예술단체는 충북의 젊고 유능한 예술가들이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함께하기 위해 2015년 창단한 단체다. 

가을에 물들어가는 나무들을 보아도 좋지만 광장에는 다양한 작품과 그림들이 전시가 되어 있어서 그 의미를 살피기도 하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감상해 보아도 좋다. 

문득 멈추어 서서 바라보니 진천 종박물관에 자리한 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물들어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함에 비유된다는 식파(食破)로 진천 종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공연하게 될 가을근심을 내려놓는 공연이라는 식파(息波)에 대해 말해본다. 진천종박물관 가을음악회 팀 키아프 앙상블(Team CYAF Ensemble)의 식파는 10월 21일 토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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