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현장에 있고 현장은 쉽게 판단될 수 있다.
전쟁의 화마가 다시 타오르고 있는 것 같다. 평화라던가 인간성 같은 것을 이야기해도 어디까지나 힘이 없으면 평화도 없으며 지킬 힘이 없는 정의는 그냥 헛된 메아리라는 것을 모른다면 공상적인 평화론자일 것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전투의 현장에서 교전하는 규칙이 있다. 특히 시가전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 철저하게 지켜져야 할 규칙이라고 말은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광주에서 그런 교전룰 같은 것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적어도 미국이라면 그런 교전룰은 지키려고 노력을 한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예맨에서 일어난 미국대사관 철수를 다룬 영화로 시민들의 시위가 폭동의 수준에까지 이르자 칠더스(사무엘 L. 잭슨)는 그들을 헬기로 탈출시키려 하다가 일어난 전투와 그로 인한 재판과정을 담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현장에서의 지휘관에서 재령권이 상당히 큰 편이다. 위에서 명령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꼭 그렇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해병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을 비롯, 베이루트, 패트리어트 사막 전투 등 수많은 전쟁에서 공을 세운 전설적인 군인 테리 칠더스 대령에게 예맨의 미국 대사 가족을 보호하는 임무가 맡겨지면서 항공모함에서 부대를 이끌고 헬기로 이동하게 된다. 당시 시위대로부터 날아온 총알에 동료들과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시위대에 대응 사격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중동에서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려는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생긴 문제로 미국 바이든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사이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바이든의 다음 대선은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미군의 희생이 3명 사망과 여러 명의 부상자가 있었지만 예맨 시위대의 희생은 83명에 이르면서 문제는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칠더스는 교전법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군법 회의에 회부되고 정부는 외교 분쟁을 막으려고 칠더스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한다. 현장에서 자신의 소신에 의해 결정했지만 적지 않은 희생으로 인해 중동에서 패권이 흔들릴 것이 부담스러운 미국정부는 칠더스를 내치려고 한다.
이 영화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톰크루즈 주연의 어 퓨 굿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세상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은 소수다.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욕구를 가진 다수와 아무런 관심이 없는 절대다수가 있다. 아무런 관심이 없는 절대다수는 자신이 그 입장에 처하고 나서야 소수의 좋은 사람들이 되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바뀌어가는 것이지만 너무나 더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