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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2. 2023

나의 정원

경남 민간정원 제34호 하동 청학동 다소랑 정원을 만나다.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면서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살아갈 때 속도의 지연이 필요할 때가 있다. 움직이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것들 말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을 올라가는 이유는 알겠지만 필자는 산을 오르는 것보다는 산을 보는 것이 좋다. 항상 거기에 있으며 산만의 이야기를 들여주는 지역마다의 산이 좋을 뿐이다. 

전국에 있는 정원을 크게 나누어보면 세 가지 정도이다. 순천만 국가정원이나 태화강 국가정원등과 같이 국가에서 지정된 규모가 있는 정원이나 광역지자체등에서 지정한 정읍의 구절초 지방정원, 경북천년숲정원, 화개정원, 거창창포원, 영월 동. 서강 정원등과 같은 지방정원이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곳은 아니지만 민간에서 만들어져서 기준을 갖추어 지정된 민간정원이 있다. 

하동의 지리산이 붉게 물들어갈 때 찾아간 이곳은 경상남도 민간정원 등록 제34호인 청학동 다소랑 정원이다. 정원을 꾸미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정원이 가진 아름다움과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정원은 그냥 자연은 아니다. 최대한 자연의 힘을 빌리 돼 자연물과 인공물을 배치, 전시 및 배치, 가꾸기 등을 통해 지속적이 관리를 하는 곳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곳은 오래된 자연의 모습을 닮았다. 

사람에게 차가운 사람은 오히려 더 따뜻했던 사람이다. 사랑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오히려 진실한 사랑이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상처를 품었던 사람들에게 자연과 정원은 쉼의 시간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물 위에 있는 수초도 보고 사라져 가는 여름의 흔적을 아쉬워하며 걸어가 본다. 물을 끌어오기는 했지만 흘러가게 만들어서 관리의 용이함을 꾀하였다. 

이곳을 꾸민 분들과의 짧은 인연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하동과 지리산이 좋아서 이곳에 내려와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는데 청학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물소리가 한 번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곳이다. 

이곳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과 같은 곳이다. 이제야 운영을 시작한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지 않은 곳이다. SNS에서 유명해질 곳을 사진 찍어서 올리는 그런 곳으로 적합한 곳이다. 

매번 구례를 통해 하동으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산청에서 하동으로 처음 발길을 해보았다. 새로운 길은 새로운 설렘을 준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하동으로 들어갈 때 마치 지리산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정원은 도시와 지역의 경관을 개선하는 역할은 물론이고 도시 미기후를 조절하고, 다양한 동식물상의 서식처를 제공함은 물론, 늘어나는 우울증 환자나 노인 등 치유와 쉼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안식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저 산너머에는 하동을 품은 공간이며 박경리 토지의 상상의 공간이기도 한 악양이다. 저곳까지 터널이 뚫릴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하동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될 듯하다. 

정원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건물은 필요하다. 정자(亭子), 가산(假山), 다실(茶室), 석탑(石塔)등은 동양정원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다소랑 정원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곳을 가꾸시는 그 마음에 끝은 없어 보였다. 

우리나라의 정원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의 하나가 연못이다. 다소랑 정원에는 연못도 있지만 옆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있는 계곡이 있어서 볼 것이 더 많은 곳이기도 하다. 다리를 건너면 대나무숲으로 걸어서 들어가 볼 수 있다. 움직이는 요소로서 정원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는 물이 흐르는 도랑이나 개천은 정원 속에 물이라는 이질적인 시각적 요소를 구성한다. 

가을해가 맑게 뜬 날 다소랑 정원에 들려서 정원의 매력에 푹 빠질 수가 있었다. 정원을 꾸밀 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볼 수 있는 나무를 골고루 잘 심는 것도 좋다. 아름다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며,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화함으로써 흥미를 일으켜주는 것이다.

이제 차를 한잔 마셔볼 시간이다. 다소랑 정원은 카페도 본격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커피음료를 만드는 독특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 일반적으로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스팀밀크, 거품의 비율이 1:1:1로 섞는다. 반면에, 카페라테는 에스프레소, 스팀밀크, 그리고 더 많은 양의 우유로 구성된다. 카푸치노는 이탈리아 커피 문화에서 비롯된 음료로, 그 유래는 수도승들의 모자에서 비롯되었다. 

그림이나 사진, 문자를 기계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모양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이제는 모든 것을 기계가 만들어줄 듯하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처음 만들어 먹는 그런 맛과 여유가 있다. 

다소랑 정원은 별다른 말이 없어도 그냥 가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변화에 삶이 금방 끝나버릴 것 같기도 하고 잡히지 않는 꿈의 아지랑이가 사라질 것 같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나아갈 수가 없을 때는 잠시 내려놓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가을을 만나볼 수 있는 정원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진한 커피 향을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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