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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충청남도 블로그 콘텐츠 공모전)

100미터에서 0.7미터 부족한 토성산속 맹꽁이 작은 도서관

어릴 때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나서 가본 도쿄에 자리한 지브리 미술관이다. 건물 설계는 물론 내부 소품 하나하나 직접 미야자키가 그리고 만진 지브리미술관은 어린이에게 희망과 어른에게는 감동과 추억을 선사해 주는 곳이었다. 작가가 직접 작품을 구상하고 스케치하는 생생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그곳에는 캐릭터와 벽마다 애니메이션 원화를 스케치 한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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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기자기한 숲 속의 작은 집과 마당이 있는 곳에 가면 남다른 여유가 있어서 좋다. 이곳은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토성산자락에 자리한 토성산맹꽁이 작은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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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초입에 세워진 팻말에는 빌 게이츠의 어록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어떤 책을 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작은 도서관은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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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문을 닫기 전에 가까스로 이곳에 도착해서 도서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곳이지만 집의 구조를 잘 활용하여 책과 캐릭터가 있는 꿈을 연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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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놓인 책들은 많은 사람들이 기증한 것으로 좋은 책을 여러 사람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도서 바코드는 따로 없고 책을 보다가 계속 빌려보고 싶으면 그냥 도서대출대장에 연락처를 기입하고 빌려가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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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많은 영감을 준다. 모든 사람은 여행을 떠나듯이 여정을 시작한다. 삶이라는 것이 작은 배를 타고 떠나듯이 정처가 없을 때가 있다. 이곳에는 호두까기 인형의 스토리도 있다. 클라라를 비롯한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기뻐한 후 잠든 후 생쥐 왕이 부하들을 이끌고 습격해 오는데 호두까기 인형이 병사 인형들을 지휘하며 이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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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자유분방하게 이용할 수가 있어서 좋다. 일반 도서관처럼 책을 잘 찾을 수 있도록 구분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읽고 싶은 대로 읽고 그냥 꽂아두면 다음 사람이 필요한 책을 찾는 것이다. 일본의 돈키호테라는 쇼핑점과도 비슷하다. 그곳은 구매자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 아무렇게나 상품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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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작은 도서관은 인생과도 닮아 있다. 삶은 마치 잘 차려진 밥상이나 도서관의 청구기호를 보고 찾는 것이 아니다. 찾고 싶은 것이 있어도 엉뚱한 것이 나오기도 하고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래서 살 수 있는 것 같다. 정답이 있고 원하는 대로 나온다면 그것이 재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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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과 같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뷰가 그럴듯하다. 아래에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숨겨져 있다. 2016년 9월에 오픈하기까지 많은 노력과 힘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운영하다가 2020년부터 서산시에서 작은 도서관 운영비, 도서 구입비, 독서프로그램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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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모습의 천인형의 앞에 작은 자전거처럼 작은 도서관에 어울리는 이름은 맹꽁이다. 작년에는 해미도서관에서 토성산맹꽁이 작은 도서관에 도서 855권를 기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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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안에는 작은 카페도 만들어져 있다. 카페는 연중 운영하지 않고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을 때 주문해서 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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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찾아가 생각 외의 이야기를 읽을 때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가 상상 속의 세상이다. 아이 때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줄 황금 열쇠를 찾아 나서는 그런 꿈을 꾸는 것이나 어른이 되어서도 현실 속의 로또를 사는 것과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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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가구나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서산 토성산 맹꽁이 작은 도서관은 아기자기하고 자연스러운 맛이 있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만화책은 공부를 방해하는 유해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콘텐츠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때론 상상하지도 못한 세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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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작은 도서관을 둘러보고 잠시 머물러보았다. 어릴 때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며 도서관이 지역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버려지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매력적인 처리로봇 월 E가 눈에 뜨인다. 어떻게 보면 미래에는 지구가 월 E속에 그려진 것처럼 폐기물만 잔뜩 남아 있는 텅 비어버릴지도 모른다. 수백 년 동안의 외로운 시간을 보냈던 월-E는 매력적인 검색 로봇 이브를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는 것처럼 책 속에서 그런 세상을 발견해 보기에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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