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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옥천산책

차마 꿈엔들 잊힐 리가 없는 저녁의 시간

밤에도 실개천이 흐르는 공간을 볼 수 있도록 옥천의 밤이 빛나고 있었다. 옥천과 같은 규모의 도시는 밤에 야경을 보는 것이 쉽지가 않다. 정지용생가가 있는 곳 주변으로 야경이 설치가 되어 있는데 밤에도 걷기에도 좋도록 만들어두었다. 요즘 썰렁해지는 가을밤 그리고 추위를 느낄 정도로 시간은 아니다. 때론 익숙하지 않은 곳에 그렇게 머물러도 본다. 여유롭게 돌아다니다가 오래되어 보이는 다리 난간에 기대어 아래 흐르는 실개천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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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는 길에 옥천의 야경이 궁금해서 잠시 들려보았다. 벽화 속에 거적때기를 입고 있지만 노인의 얼굴은 편해 보였다. 어떤 이는 노력하지만 얻는 게 없고 어떤 이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풍족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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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사마소가 있는 부근까지 오니 벽화가 예스러워지고 있다. 사마소는 지역의 여론을 이끄는 곳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 그 목적이 훼손되었다. 좋은 목적으로 출발하였더라도 그 중심을 잡아줄 제3의 견제 조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결국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위해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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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있는 곳에 오니 중년쯤 되어 보이는 여성 일행이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중에 한 명이 옥천 출신인지 이곳을 열심히 설명하면서 같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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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처음 나온 지 벌써 100년이 되었던가. 옥천군은 올해 정지용 시인의 ‘향수’ 초고 작성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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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옥천읍 하계리에서 약상(藥商)인 아버지 정태국과 어머니 정미하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그의 어머니가 태몽에서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면서 지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북한으로 끌려갔지만 월북 작가로 낙인찍혀 그의 생가는 1974년에 허물어졌으나 1988년 정지용 시인의 납북이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1996년에 생가지에 초가집 두 채를 복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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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시가 모두 금서 목록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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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옥천의 정지용생가와 그 부근도 많은 것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정지용이 이곳에서 태어나 살았을 때에는 지금보다 별을 헤아리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옥천은 별이 잘 보이는 곳이기는 했지만 옛날에는 더 별이 잘 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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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어떤 것을 볼지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것들이 있다. 마음이 단단해질 때까지 그렇게 바쁨 속에서도 발견되는 삶의 아름다움이 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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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색감이 있는 곳을 걸어가다 보면 물 위에 비추어진 사물을 볼 때가 있다. 세상에는 꼭 준비가 필요한 것이 있고 준비가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걸 거꾸로 하면 어떻게 될까. 자신혼자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과 다른 사람과 꼭 인연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채우려 하지 말고 채워져 있는 상태에서 넘쳐서 상대에게 흐르는 것이 좋다. 그것이 자연이 보여주는 현명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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