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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7. 2023

가을의 문장들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이 현감으로 있었던 청양 정산

세상에서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어떤 문장이 자신의 사전에 있느냐에 따라 현명하게 혹은 다채롭게 살아갈 수가 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사람눈에는 자신만의 프리즘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색으로 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색으로도 볼 수가 있다. 이맘때 가을의 문장들을 생각하기에 좋다.

친구의 부모님이 지금도 거주하고 계시며 친구도 이곳으로 돌아간다고 말한 고향이 바로 청양의 정산이라는 곳이다. 언제 이곳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 친구 집에 들러볼 때도 있을 듯하다. 청양의 정산은 칠갑산, 천장호가 자리하고 있으면 중심지에는 서정리 구 층 석탑과 지방교육기관인 정산향교가 자리하고 있다.

색깔이 많이 바랬지만 정산향교로 들어가는 입구에 하마비가 보인다. 청양 정산이라는 곳에서는 동화제와 장승제등이 지금도 내려오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계 김장생이 현감으로 부임했던 적이 있었다.

정산향교는 조선시대 지방 교육기관으로서 1398년(조선 태조 7년) 지금의 정산초등학교 자리에 창건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애초 건물은 임진왜란 당시 소실되어 1631년 현재 자리에 다시 지어졌으며 1847년 대성전이 중건됐다. 대성전(문묘), 명륜당, 동재, 서재, 전사청, 청아루 등을 갖췄다.

작년에는 홍살문 앞에 정산향교 변천사를 담은 연혁비를 세웠는데 대성전에 5성(공자, 안영, 증자, 자사, 맹자)과 4현(주돈이, 정호, 정이, 주자), 우리나라 18현(설총, 최치원, 안유,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을 모시고 있다.

향교에서의 배움 중에 선한 것과 악한 것에 대한 구분이 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대로 움직이는 사람과의 대화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 정의라고 굳게 믿으며 모두를 위한 길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무지한 선한 이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정산향교를 오면 항상 눈에 뜨이는 것은 2008년에는 향교 바로 앞쪽에 전통문화 전수관을 건립하고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을 활용한 충·효·예 교실을 운영, 2900여 수료생을 배출하는 등 지금도 교육기관 역할을 하는 건물의 뒤에 심어져 있는 나무다.

정산향교의 역사와 관련된 기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역혁비가 보인다. 사람들은 연혁에 생각보다 민감하다.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것들이 언제부터 출발하였는지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가 주로 찾는 수많은 제품에 쓰여 있는 since ~~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듯이 지역의 역사 또한 그렇다.

사람은 시간의 지나감에서 배우고 옛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파악하면서 칸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현재에서 위아래로 있는 수많은 분야의 지식분야의 칸을 채우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종횡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향리로 내려가 후학양성에 힘을 쏟았던 사계 김장생은 아들 김집과 함께 문묘에 배향된 해동 18현 중의 한 사람으로 유학을 국가이념으로 삼은 조선에서 부자간 두 명이나 문묘에 배향되는 명예를 안게 된다. 청양의 한적한 정산이라는 곳에서 길게 이어지는 시간의 축과 위아래로 이어지는 지식의 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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