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그려진 데생

2023 DMA 캠프 구름이 되었다가, 진주가 되었다가...

사랑이 있다면 어떤 색채에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사랑은 물속에 잠겨 있는 물체처럼 빛의 각도로 왜곡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랑은 진하지 진한 동해바다처럼 코발트블루가 될 수도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사랑은 서로를 알아가는 스케치를 그린 후 같이 모습을 드러낸 도드라지게 보는 양각과 둘만이 알고 있는 오목한 느낌의 구름에 그려진 데생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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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매년 DMA캠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DMA캠프는 대전시립미술관이 올해부터 선보이는 '젊은 미술 지원프로그램'으로 지역 내 창조적 문화환경 조성과 지역미술 역량을 강화하는 미술생태계 지원 사업이다.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는 구도시에 자리한 작은 전시공간이지만 오히려 작가의 생각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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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전에서는 구름이 되었다가, 진주가 되었다가(Became a Cloud, and Then a Pearl)이라는 맥락 속에 작가가 생각하는 오직 상처뿐인 바위가 쓰는 시(A Poem Written by a Stone with Nothing but Wounds), 그래도 다시 돌아가고 싶었꼬, 그래서 다시 돌아가기 싫었다. (I Wanted to Go Back, So I Didn't Want to Go Back.), 예쁜 삼각형 만들기, 그 위가 아닌 그 아래였다면 등의 이야기를 먼저 접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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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주제의 '구름'과 '진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만남과 그 관계 속에서 현존하는 자아 대신 잠시 다른 인물이 됨을 의미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철규 작가는 소설과 영화 속 인물들과 만난 다섯 명이 그리는 '사랑'에 대한 단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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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가 이렇게 자신만의 창을 만들어 두고 세상을 보는 존재다. 창의 크기도 제각기 다르고 두께도 다르며 어떤 창은 투명이지만 어떤 창은 불투명이다. 이 창을 통해 본 세상을 가지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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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보이는 것 같지만 그 길의 끝에 모퉁이를 돌면 어떤 것이 나올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멈춰 설 수도 있지만 사라져 버린 구름과 같은 것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다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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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작가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들은 작가의 부가 캐릭터라고 한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나 소설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과 만나며 시간과 공간, 국적과 연령을 넘나드는 '사랑'에 대한 관념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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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생각을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랑이라는 것은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는 서로에게 특별해지는 진주와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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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서 시작이 된다. 잊고 싶을 수도 있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아닐까. 지나고 보면 누구였지? 그런 이름의 존재할 것인가. 잊을까 봐 구름에 새겨진 데생을 자신만의 화폭으로 옮기고 싶은 사랑의 안타까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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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설명 없이 지인에게 동영상을 미리 찍어서 보내주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후에 다시 설명을 해주면 자신이 이해했던 것과 같은 결을 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결을 볼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이번 전시전에서 보는 것처럼 사랑이 때론 구름이 되었다가 진주가 되었다 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구름처럼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진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은 그것이 온전히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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