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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6. 2023

마음을 기르다.

사과향이 물씬 풍겨 나는 봉화군의 봉화향교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쉽게 길러지지 않는 법이니 나이가 든다고 해서 노력 없이 성숙해짐을 말할 수 없다. 봉화군에서 봉(奉)은 받들다, 바치다, 기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인 성공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수신제가 (修身齊家)라 함은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돌본다는 의미로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맥락이 맞닿아 있다. 

태백산 아래에 내성, 춘양, 소천, 재산 네 마을이 있는데 관동 연해의 생선과 소금이 이곳을 거쳐 유통된다고 하는 내용이 택리지에 나와 있기도 하다. 봉화군의 대표적인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인 봉화향교는 봉화군의 중심이 아니라 봉성면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 세종 때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된 곳이다. 

봉화군의 어디를 가더라도 사과나무가 보일 만큼 봉화는 사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경북이라는 지역이 사과로 유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수확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한다. 무르익어가는 과일 중에 사과만큼 매력적인 과일이 있을까. 

봉화향교의 옆에는 사과밭이 있는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사과의 크기도 적당하다. 봉화군의 사과는 적당한 일교차를 비롯해 풍부한 일조량, 기름진 토양 등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자란 것이 특징이다. 무언가를 재배하고 키우는 일 역시 마음을 기르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노란색으로 물들어가는 은행나무의 옆에 봉화향교가 자리하고 있다. 봉화향교는 다른 향교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는데 1925년에 군수 서병린(徐丙麟)이 중수하였다. 1950년에는 향교 내에 봉성고등공민학교(鳳城高等公民學校)를 설치하였다가 1975년에 폐교된 것이다. 향교에서 배웠던 학생들은 지금은 지긋한 나이의 노년이 되었을 것이다. 

봉화향교의 옆에는 현감 선정비군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500여 년 동안 봉화현에 파견된 193명의 현감 중에서 백성을 사랑하고 구휼하며 문맹을 퇴치하는 등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남긴 관리는 약 30명이었다고 한다. 이에 현민이 모두 뜻을 모아 선정비와 영세불망비를 세웠다고 한다. 

한 나라가 바르게 나아감에 있어서 국토와 백성이 있어야 하며 정치를 하는 관리가 있어 그 백성을 하늘처럼 받들고 사랑해야 함이 본분이었다고 한다. 봉화향교에 현존하는 건물로는 6칸의 대성전, 팔작지붕에 홑처마로 된 6칸의 명륜당, 5칸의 동재(東齋), 4칸의 서재(西齋), 6칸의 누각, 내삼문(內三門), 유교문(由敎門), 주사(廚舍) 등으로 되어 있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봉화향교의 강학 건물은 마치 오래된 서고와 같이 보인다. 두 손으로 기를 수 있는 사과나무를 기르려고 할 경우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그것을 기르는 방법을 안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 있어서 자신을 기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사과나무를 기르는 것만도 못한 것인가. 

예부터 사직이라는 것은 국가를 상징하는 하나의 용어였다. 삼국시대부터 시작한 사직단은 오늘날 서울의 사식동이나 광주의 사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유래를 남기고 있다. 도성에서는 임금이 직접 사직제를 봉행하지만, 지방 군현에서는 각기 고을마다 수령이 사직제를 올리게 되어 있었는데 순흥부(順興府), 영천군(榮川郡), 풍기군(豐基郡), 봉성현(鳳城縣)에도 각각 사직단이 설치가 되어 있었다. 

봉화향교에 와서 사람의 격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직단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주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이유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버렸다. 

공손수라고도 불리는 은행나무의 잎도 황금색으로 물들어가고 사과나무의 사과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자연의 이치처럼 변화하듯이 사람 역시 무르익어가야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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