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지만 따뜻함

찬물과 같은 맑은 정신이 묻어 있는 봉화의 한수정

가을비가 내리듯이 하늘에서 형형색색으로 물들어서 내리는 단풍을 보면서 걷는 봉화의 길은 차갑지만 따뜻한 느낌이랄까. 지역마다 정원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중에 봉화 한수정도 있다. 정자를 기준으로 둥글게 못을 파서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주는 곳이었다. 주변에는 단풍나무가 심겨 있어서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고 한 해의 노력의 결과를 스스로 느껴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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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134에 자리한 봉화한수정(奉化寒水亭)은 보물 제2048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충재(冲齋) 권벌(權橃)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손자 석천공(石泉公)이 1608년(선조 41)에 건립하였으며, 1741년(영조 17)에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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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연(臥龍淵)이라 불리는 연못이 삼면에 둘러져 있는데 물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어서 변화가 있어서 좋다. 변화라는 것은 결국 자신을 바꾸는 일이다. 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는 순간 변화를 시작하기도 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단풍이 물들어가는 것처럼 변화는 계속 일어난다. 문득 프란츠 카프카가 쓴 변신이라는 책도 생각난다. 책 속에서 그레고르의 변신은 몸만 변했지 마음은 그대로였지만 변화는 몸은 그대로이지만 마음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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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할지 변신을 할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몫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것은 변화를 선택하는 작은 시도이다. 봉화 한수정은 丁자형 평면의 건물이 동남향으로 위치하여 있는데 이곳에는 많지는 않지만 찾아오는 이들이 책을 읽으라고 책을 구비해 두었다. 평면은 중앙에 4통 칸의 대청을 중심으로 양측에 각각 2통 칸의 온돌방으로 두었는데, 좌측 온돌방과 그 전면· 후면 및 좌측은 우측보다 한 단 높은 누마루형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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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나와서 정원을 거닐고 다시 들어가서 차도 한잔 마시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다.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비추는 햇살이 따뜻한 온기를 더해주고 있다.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과 바위, 그리고 수목이 잘 어울려 조화된 경관을 이루고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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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에 건너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돌다리도 만들어져 있다. 현대 사회는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인간 소외와 인간성의 상실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부모가 강요하는 꿈도 있다. 변신을 쓴 프란츠 카프카는 글을 쓰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가 기대하는 바와 프란츠 카프카가 원하는 삶은 달랐다. 평생 불화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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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의 곳곳을 가보면 후손이 선대의 뜻이나 길을 기리며 지은 정자나 고택들이 적지가 않다. 손자 석천공(石泉公)은 할아버지인 충재(冲齋) 권벌(權橃)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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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의 구조는 기둥은 방으로 꾸며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주(圓柱)를 사용하였다. 좌측의 한 단 높은 건물은 내진주(內陣柱) 위에 짧은 기둥을 세워 대량(大樑)과 퇴량(退樑)을 받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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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사람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람은 한수정과 같은 공간을 만들지만 그 공간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문학이나 예술, 학문 등에 대한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공간의 재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태백산 아래 산수를 이야기하자면 춘양만 한 데가 없고, 춘양의 자연 풍광은 한수정만 한 곳이 없다. 석천공이 보고 즐거워 물가 터를 다듬어 정자를 짓고 언덕을 높여 대를 만들었다. 남쪽은 방으로 햇살을 받아들이고, 북쪽은 마루로 구름 머문 산을 바라보기 좋다. 대는 여러 무(畝)로 꽃과 과실나무를 심었다. 거연헌은 마을 사람 임씨가 쓰다가 불을 내서 탔다. 지금 그 터가 한수정 남쪽 백 수십 보에 있다.”

- ‘한수정기(寒水亭記) - 권두경(1654~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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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이 개방된 마루에서 책을 한 권 읽을 수 있기에 실용성을 더해주는 한수정은 풍류형보다는 학문형으로 만들어진 느낌의 정자다. 안동권씨 집안의 가풍과 가치관이 한수정에 남아 있다. 자신이 한 행동을 생각할 때는 차갑게 바라보며 밖으로 향할 때는 따뜻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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