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Oct 30. 2023

죄의 무게

살인을 했더라도 직업에 따라 죄의 무게도 달라진다. 

2004년 경주에서 겨울에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어떤 등산객이 계곡으로 갔다가 시체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서 신고를 한 것이었다. 용담사 쪽에서 발견된 사람모양의 시신이 나무에 걸쳐져 있는 것이 확인이 되었다. 경찰은 조사를 시작하였고 그녀는 경주의 윤락가에서 집창촌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한국사회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권이 유린되는 곳도 적지가 않다. 술이나 성과 관련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불법적인 업소를 운영하게 되면 쉽게 살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쉽게 살려는 사람들이란 노력보다는 요행을 노리는 사람들이며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 같으면 그런 사람들이 더 접근한다. 흔히 말하는 기둥서방과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 여성은 자산이 좀 있었던 사람이다.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현금이 조금 있었는데 3억 5천만 원 정도를 은행예 예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녀가 발견되고 나서 그 돈의 출처가 모호해진 것을 경찰들이 발견한 것이다. 


예금이 어느 정도가 되면 VIP를 담당하는 직원이 배정이 되는데 직급이 약간 높은 사람이 전담 매니저가 된다. 그녀의 전담 매니저인 명문대 출신의 김 차장의 평소행실이 좋지 않아서 은행에서 지속적으로 경고를 했었다고 한다. 직업이 괜찮고 현금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금전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도박 아니면 여자다. 김 차장은 피해자의 돈을 조금씩 유용해서 쓴 것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왜 그런 돈이 필요했을까. 그렇지만 결혼도 한 그는 포항에 내연녀가 있었다. 피해자는 자신의 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 차장이 1억이 조금 넘는 돈을 유용한 것을 알아채버렸다. 


포주여성은 김 차장에게 호감이 있었는데 김 차장도 그걸 알고 마치 그녀와 미래가 있는 것처럼 꼬드긴 것이다. 포주여성과 성관계를 하면서 돈을 유용한 것을 잠시 무마를 시킨다. 김 차장의 부인은 심혈관에 문제가 되어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지만 내연녀를 만나면서 즐거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자에게 여자가 한 명이 더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나갈 돈이 많다는 의미도 된다. 탐문하는 과정에서 미용실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받아서 김 차장은 알리바이가 생겨버렸다. 게다가 내연녀에게 확인하니 피해자가 행방불명이 된 날에 같이 있었다는 말도 듣게 된다. 물론 이 내용은 거짓임이 드러나게 된다.  


피해자는 김차장의 와이프가 죽고나면 같이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했기에 돈을 유용했어도 그걸 잠시 모른체 했던 것이다. 그녀는 김차장에게 자신과 함께 살 것을 말했고 만약 거짓말이었다면 은행에 모든 사실을 알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차장은 그녀만 없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시신을 자신의 차량 조수석에 보관했던 김 차장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조수석 의자를 떼내서 버리게 되고 이 의자는 우여곡절 끝에 고물상에서 발견되어 DNA를 채취할 수가 있었다. 결국 모든 증거가 방향을 가리킨 김 차장은 경찰에 잡혀서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한 사람을 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받은 형량은 10년이었다. 사람이 죽어도 그가 어떤 일에 종사했느냐에 따라 가해자에게 주어지는 형량의 무게도 달라진다. 가해자의 직업도 형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죄에는 무게가 달라지지 않지만 이 사회는 어떤 일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죄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은 씁쓸하지만 사실이다. 술과 관련된 일이나 성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 시선의 온기가 달라진다. 그 온기는 법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누구나 똑같은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났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죽음의 가치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태원(梨泰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