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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4. 2017

편의점 인간

편의점인간은 미래 청년들의 자화상

나에게 있어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 받는다는 것과 선물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밥이나 술을 먹는 것은 돈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지만 책을 선물하는 것은 책을 살 수 있는 돈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받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작가는 누군가가 그 사람의 글을 읽어줄 때 존재가치가 있다. 선물 받지 않았다면 평생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책 편의점 인간은 편하게 읽히는 책이다. 인간 행동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게 하며 한국을 살아가게 될 수많은 젊은이들의 앞에 맞닿드리게 될 근미래의 삶을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욕망이 있고 남들이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면과 보지 말았으면 하는 측면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필자는 이사회(특히 한국사회)가 가진 부조리한 면과 그 시스템에 기생하면 사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바꾸기 위해 조금은 노력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가지고 있는 알량한 펜대의 힘을 쓰기도 한다. 


편의점 인간은 일반적으로 보면 사회 부적응자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한국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을 많이 거론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최소한 전문성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편의점의 시간당 임금이 한국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일할 때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최소한의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할 때 임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에서도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평생을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79년생으로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않고 18년간을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써온 사람이다. 

편의점 인간은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책이다. 주인공 후쿠쿠라는 직장을 구할 노력은 애초에 해본 적도 없이 한 편의점에서 점장이 8번이나 바뀌는 동안 아주 성실하게(?) 근무를 한 여인이다. 그 정도 일했으면 편의점을 차릴 생각도 해볼 만할 하지만 그녀는 그냥 아르바이트 정도로만 만족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편의점 시스템이나 매대 구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회가 바라보는 정상적인 인간(책에서는 선사시대 이후로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지만 동생이 있고 지인들이 있어 마냥 자유롭지 못한 그녀는 그래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간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를 직접 실천하는 느낌이다. 


그러다 남들 보는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롭기 위해서 동거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이 생각한 바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현대는 기능 부전 세상인 겁니다. 사는 방식의 다양성이니 뭐니 하고 겉만 번지르르 한말을 지껄이고 있지만, 결국 석기시대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요. 자녀를 적게 낳는 추세가 진행되어 점점 더석기시대로 회귀하고 있어요. 살기가 괴로운 정도가 아니라,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을 규탄받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요." - p 126

사람은 사회에 쓰임새가 있기에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존재가치가 있지만 자신만의 자리에서 빛이 난다. 사회가 좋다는 일자리나 다른 사람이 우러러보는 일자리가 아닌 사회 구석구석의 의미 없어 보이는 일자리에 맞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그런 사람들은 공개적이지 않지만 낙오자로 만드는 낙인을 찍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 그것이 그 사람의 길이 된다. 


"나는 문득, 아까 나온 편의점의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손과 발도 편의점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자, 유리창 속의 내가 비로소 의미 있는 생물로 여겨졌다.


"어서 오세요!"   -p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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