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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와 단풍

가을에 물든 원주시의 박경리 문학공원

25년이라는 시간 동안이나 매일 토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1969년부터 시작한 소설 속의 세상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었다. 원주라는 도시는 1980년에 옮겼는데 자연과 인간의 공생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던 때였다. 지금도 많은 것이 바뀌어가고 있다. 물론 봉건적 가족 제도와 신분질서의 해체, 서구문물의 수용과 식민지 지배의 과정만큼 이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이제 전통적인 가족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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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박경리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원주의 문학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이곳에서는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밤 콘서트가 열렸었다. 가을색이 곱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니 충분히 문학감성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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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라고 할 때 토지는 가장 중요한 대상이기도 하다. 퓨전 창작공연 ‘법천사지 석탑 이야기’, KBS대하드라마 ‘토지’ 출연 배우인 윤유선의 시 낭송이 이곳에서 울려 퍼지기도 했었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지나가고 11월의 첫날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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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품에 25년이라는 시간을 쏟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그녀는 토지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던 듯하다. 평온하고 따뜻한 하동의 평사리라는 곳에서 서사적 이야기가 시작되어 만주, 경성, 진주, 통영, 일본의 동경과 중국 하얼빈까지 확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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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볼 수 있고 그만큼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정신일까. 모든 계급이 사라진 것 같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계급 속에 사람들은 갇혀서 살아가고 있다. 농민과 중인을 중심으로 양반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사회 모든 계급을 망라한 우리 민족 전체의 삶의 모습은 개인사·가족사·생활사·풍속사·역사·사회사 등을 포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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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슬프고 괴로웠기 때문에 문학을 했으며 훌륭한 작가가 되느니 보다 차라리 인간으로서 행복하고 싶다고 박경리는 말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경멸, 아버지에 대한 증오, 그런 극단적인 감정 속에서 고독을 만들었고 책과 더불어 공상의 세계를 쌓았다고 그녀는 직접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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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큰 시련은 때론 다른 길을 만들기도 한다. 그녀의 문학적인 원동력은 그녀의 삶에 켜켜이 스며 있는 부모에 대한 불행과 고통이 작가로서 온전히 감내해야 되었던 대가인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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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가 머물렀던 집은 문학관으로 바뀌었고 그 마당은 문학공원이 되었다. 아버지는 이리저리 떠돌면서 딴살림을 차리면서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지극히 평범했던 작은 소녀는 그걸 벗어나기 위해 독서와 시에 매달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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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가장 가을스러운 곳에 머물러서 그런지 그녀의 삶에 대해 다시 살펴보게 된다. 결국 그녀의 불행한 개인사는 토지라는 작품의 완성을 통해 비로소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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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큰 온도차이가 있어야 한다. 사과가 맛있어지기 위해서 아침과 낮의 온도차이가 큰 것처럼 계곡의 골이 깊으면 그만큼 산 봉우리도 높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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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을 돌아서 안쪽으로 걸어서 가본다. 이곳에는 박경리가 써놓은 문구들이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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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대할 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직업이라던가 공부보다는 삶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닐까. 모두가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소명을 따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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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돌아서 오니 SNS에 올리는 사진처럼 찍을 수 있는 조형물이 자리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의 어떤 것에 하트표시를 하고 누구에게 보낼 것이며 저장할 것인지 그것은 자신만이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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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문학공원의 담을 둘러싸고 있는 덩굴식물도 짙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박경리는 아버지의 그런 외면 그리고 학비도 대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아버지와 마주치게 되면 목뼈가 부러질 만큼 외면했으며 임종조차 보지 않았을 만큼 증오심과 반항심의 뿌리는 마치 토지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도 같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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