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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2. 2023

생명의 고군분투

모과향이 피어나는 서천의 식물예술원

 성질이 따뜻해서 근육의 굴신 장애와 각기병 그리고 토사곽란에 쓰이지만 필요한 때가 아니면 그냥 지나쳐가는 열매가 있다. 한자로 木瓜라고 쓰지만 목과가 아니다. 목과는 열매를 말려서 약용한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 아시아 등지에서 자란다.  꽃이 아름다운데 비하여 열매는 못생겨서 한 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가 향기가 매우 좋아서 두 번 놀라고, 향기가 그렇게 좋은데 비하여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어서 3번 놀란다는 열매가 모과다. 

사람의 모습도 그러한 듯하다. 겉모습이 이쁘다고 해서 그 결실이 아름답지도 않고 결실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은은한 향이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멀리서만 보면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모과는 비타민C와 탄닌성분 많아 피로해소에도 좋으며 근육을 부드럽게 해 주기에 과로로 인한 근육통 완화에도 좋다. 

서천식물예술원은 여름에 가보고 11월에 가보니 가을에 물들어 있었다. 자연의 실재를 찾아가는 과정은 자연의 자화상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생명의 고군분투가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남녀는 한 쌍이 될 때 그 모습이 안정되어 보인다. 돌담이 기암괴석처럼 둘러싸여 있는 이곳에는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언제든지 열려 있어서 좋다. 

여름에는 연꽃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돌담길을 위에서 걸어보고 다시 위로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사람은 사물시를 썼던 사람이다. 물리적 대상에서 조형적인 본질을 포착하고자 시도한 사물시는 풍경이나 초상화, 성서적이고 신화적인 테마를 화가가 묘사하듯이 다루고 있다.

단지 한 걸음만 내디디면, 나의 가장 깊은 불행은 행복으로 바뀔 수 있다고 릴케는 말하기도 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완성한 대가로  집필장애를 얻게 되었고 절망감이 너무도 심각해서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할 생각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사람의 곁에는 항상 변화가 있지만 그걸 표현하는 것의 한계도 역시 존재한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은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모든 것이자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끌어줄 때가 있다.

서천 식물예술원의 카페이면서 작은 정원이기도 한 곳으로 들어가 본다. 이곳에 들어가 보니 바로 모과가 마치 작품처럼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통은 모과만 보지만 모과꽃은 정말 아름답다. 봄에 피는 연한 홍색의 꽃도 아름다운데  어디서든 자랄 수 있지만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생육이 좋다. 

걷다가 문득 아래를 바라보니 토토로가 눈에 뜨인다. 최근에 그린 그림에 토토로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더욱더 반가웠다. 토토로는 부엉이, 너구리, 곰 등 숲 속에서 살고 있는 동물로 캐릭터의 기본 틀을 마련, 세부적인 요소들을 더해 탄생되었다. 

녹색의 나무가 울창한 숲과 그리고 이렇게 오래된 공간처럼 삐걱거리는 낡은 집과 다락방에서의 시간은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에 따라 변하는 햇빛의 강약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사람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이지만 자연은 끊임없이 그 모습을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고 있다. 2미터가 넘는 체구에 수명은 천 년 이상이라는 토토로는 함박웃음을 즐겨 짓는 호기심 많은 유쾌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렇게 유쾌한 웃음을 지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가을여행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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