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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5. 2023

도망자 김길수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법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법에 대한 감수성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르다.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라는 영화는 도망자에 대한 관점과 신뢰, 법의 허점을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그 누구도 도망을 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일  유치장에서 숟가락 손잡이를 삼킨 다음 오후 8시 30분쯤 안양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던 김길수는 병원에 입원한 지 3일째 오전 6시 47분쯤 수갑을 풀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도우에 성공을 하였다. 


다양한 사건사고와 강력사건을 보면 집안 환경이 안 좋을수록 법에 대한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자신의 가족이 분명히 심각한 처벌을 받을 정도로 법을 위반했는데도 불구하고 감싸는 경향은 그런 집의 가족구성원에서 공통적으로 보인다. 정의라던가 옳고 그름에 대한 관점이 흐릴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은 범죄를 저질러도 감싸주어야 한다는 법에 대한 만연한 희박한 관점이 있다. 그래서 그런 가족이 강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도주를 도와주던가 형사들의 수사협조에 매우 비협조적인 경향을 보인다. 


김 씨는 도주 후 의정부와 양주에서 지인과 친동생을 만나는 등 경기 북부 일대를 활보했는데 여성이 택시비를 내주고 도와준 것으로 보이며 가족은 도피자금을 대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30일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체포된 김길수는  2011년 4월 서울 송파구에서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30만 원을 강제로 빼앗고, 두 차례에 걸쳐 강간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기소가 되었고 법원은 같은 해 7월 진행한 1심에서 김길수에게 징역 6년 형을 선고했다. 이후 상소가 잇따라 기각되면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김 씨는 175센티미터의 키에, 83킬로그램의 건장한 체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도망행태를 보면서 그 가족의 모습이 다른 강력사건의 피의자의 가족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했다. 한국사회는 과연 자신의 가족에게 객관적으로 대하는가를 보면 다른 선진국보다 더 심한 경향이 있다. 물론 멕시코나 브라질과 같은 나라는 아예 대놓고 그러지만 그 나라의 치안이나 법의 감수성을 한국과 같은 나라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한국은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에 대해 너무나 편애적이고 무조건적으로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이선균의 마약 흡입 사건만 보아도 그 술집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일탈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은 많은데 법 감수성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그런 회원제클럽이 아닌가. 일탈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면서 대중에게는 깨끗해 보이는 척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것이 우리나라 수많은 연예인이나 기업가들의 이면이기도 하다. 


도망자 김길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좁은 한국사회에서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긴 시간 도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한국 사람들이 가진 법의 감수성을 생각해 본다. 정치인들조차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누가 법을 제대로 지키고 싶어 할까. 도망 다니면서 밥도 잘 먹고 이발도 하고 슬기로운 도망자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김길수를 보면서 법의 존재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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