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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단풍

내장 단풍의 채색을 그려볼 수 있는 단풍생태공원

한 해가 단풍이 이쁘면 다음 해는 단풍이 덜 이쁘다. 지금까지의 단풍은 보통 그러한 패턴으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붉을 단(丹)’자에 ‘단풍나무 풍(楓)’자를 쓰는 단풍(丹楓)이니 붉은색을 보여야 하는데 다양한 색깔로 변하는 모든 나무를 단풍이라고 부른다. 생명활동을 잠시 멈추기 위해 잎을 떨어내기 전 마지막 자신의 신호를 보내는 가을 단풍의 모습에도 사람들은 환호하고 좋아한다. 생명활동을 잠시라도 멈출 수 없는 사람은 그런 색을 만들 수는 없다. 술 취해서 얼굴이 붉어지기 전이나 마음이 콩닥거려 속에 있는 생각을 들키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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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에 가면 내장단풍생태공원이 조성이 되어 있다. 내장저수지 부근에 들어선 단풍생태공원은 테마별 단풍원과 단풍분재원, 단풍동화숲을 비롯해 체험전시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넓이는 69,000여㎡로 내장호 체험학습관과 조류관찰대, 멸종 위기 식물원, 생태습지, 세계 단풍원, 단풍 분재원, 단풍전통차길, 체육시설 등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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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람은 자신의 색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은 단시간에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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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떨어뜨리기 전, 줄기로부터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던 잎은 잎자루 밑 이음새 부분에 떨켜를 만들면서 공급을 차단시키게 되는데 이때 클로로필(chlorophyll)이라는 엽록소가 파괴되어 잎 속의 물질들이 다른 색소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것이 단풍이다. 온 산에 붉은 단풍이 가득하다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은 붉은 ‘홍(紅)’을 써서 울긋불긋한 나무들이 모여 집단을 이룬 가을 산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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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역시 무언가가 부족하던가 절실할 때 변하는 것을 보면 나무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나무는 스스로를 변화시켜 만들어가지만 사람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기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럴 때 변했다는 말을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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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단풍 생태공원에는 작은 내장산이 만들어져 있다. 분재원과 같은 느낌의 공간으로 더 나은 내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을 단풍(丹楓)을 보며 붉게 물들어가는 마음(丹) 속에 가을 단상(斷想)을 생각하며 2024년은 어떻게 나아갈지 결정(斷)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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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나뭇잎을 붉은색으로 만들고 크산토필(xanthophyll)은 나뭇잎을 주황색으로 만들며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는 노란색, 타닌(tannin)은 갈색으로 변하게 한다. 소리 없이 부지런하게 때마다 변하는 나무는 아름답다. 흐르는 생명을 거스르지 않는 나무의 변화는 순간순간이 자연스럽다. 봄에는 꽃 피고, 여름에는 열매를 맺고, 가을에는 익고, 단풍 들어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디자인하고 색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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