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평창의 맛 메밀과 야경

메밀꽃 필 무렵 별이 빛나는 밤 속에 있는 인간의 삶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어갈 때에 하얗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 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그 꽃을 볼 경우가 많이 없지만 강원도의 깊숙한 산속이나 척박한 곳에 가면 살며시 피어나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는 꽃이다. 메밀꽃 필 무렵에 평창에서 별이 빛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과의 인연과 사랑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삶은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맛이 묻어 있는 메밀 막국수와 닮아 있다. 얼큰하고 달고 그런 맛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걷어낸 그런 맛이랄까.

MG0A7854_новый размер.JPG

지금은 사라졌지만 메밀꽃 필 무렵에 떠돌이 인생 허생원은 장돌뱅이 혹은 보부상이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오가며 물건을 팔았던 보상은 댕기, 비녀, 얼레빗 등 작은 생활용품을, 부상은 주로 지게를 이용해서 생선, 소금, 토기 등 식생활 관련 소비품이나 도구를 취급했다.

MG0A7856_новый размер.JPG

봉평은 그런 보부상들이 들리던 곳 중에 하나였다. 달 밝은 밤 하얗게 메밀꽃 피어난 그 길이 장돌뱅이의 인생은 보잘것없었지만 달밤의 산길과 달빛에 의지해 걷던 허생원에게는 자신만의 꿈과 낭만이 있었다. 사람과의 인연 그리고 알 수 없는 사랑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MG0A7859_новый размер.JPG

강원도 하면 감자가 먼저 연상되기는 하지만 이효석이 표현한 것처럼 아름답게 표현되는 곳이기도 하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MG0A7860_новый размер.JPG

시간은 지나갔지만 메밀꽃 필 무렵 별이 빛나는 밤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본다. 해는 저물었지만 아직 달은 그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메밀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산(山)'을 뜻하는 '뫼/메' + '밀'. '모밀' 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어떤 음식점을 가면 모밀국수라고도 부른다.

MG0A7866_новый размер.JPG

황금색의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바로 메밀막국수다. 평창에서 먹는 메밀막국수는 더욱더 감칠맛이 있다. 고소한 참기름이 육수와 섞여서 먹는 그 맛은 독특함이 있다. 별이 빛나는 밤을 보기 전에 막국수를 한 그릇을 먹어야겠다.

MG0A7844_новый размер.JPG

음식을 주문하면 메밀로 우려낸 물이 나온다. 이쁘게 채색된 도자기로 만든 주전자에 담기면 더 맛이 좋아지는 듯하다. 별거 아닌데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런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MG0A7845_новый размер.JPG

처음 먹을 때는 메밀막국수가 무슨 맛인지 모를 때가 있다. 그렇지만 자주 먹다 보면 이 맛이 메밀꽃 필 무렵의 그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처럼 씹을수록 다른 맛을 낸다고 할까.

MG0A7851_новый размер.JPG

육수에 면을 찍어먹어도 되고 이렇게 부어서 먹어도 된다. 강원도 평창군이나 정선군 등지에서도 메밀반죽에 김칫소를 넣어 빙떡처럼 요리한 메밀전병을 판다.

MG0A7852_новый размер.JPG

남겨진 막국수 국물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묘한 맛이 있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지만 강원도 평창만의 맛이라고 할까.

13701D10B27E9514B0.jfif

1991년에 개봉했던 영화로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최수종과 하희라는 인연을 맺어 결국에는 결혼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대학교를 진학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풋풋한 사랑과 사랑의 진실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146EBE10B27E98EDB9.jfif


MG0A7870_новый размер.JPG

평창의 봉평시장에서 다리를 건너오면 별이 빛나는 밤을 볼 수 있는 달빛 흐뭇 낭만공원이라는 곳이 나온다. 작품 전체는 충동적이며 격렬한 붓놀림, 거대한 궤도를 따르는 감정의 해방으로 힘과 긴박감을 내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La Nuit Étoilée)은 1889년에 그려졌다.

MG0A7871_новый размер.JPG

빛이 없는 밤하늘에도 빛의 색차가 있다. 색차를 바라보고 있으면 다른 느낌이 든다. 화가들은 그런 색차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고흐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모든 생명의 상호 연결성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이효석이 느낀 것과 고흐가 느낀 것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

MG0A7873_новый размер.JPG

밤하늘의 풍경 속에서 밝게 빛나는 별들은 희망과 우주의 영원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예술의 세계에서 어떤 것을 남기느냐에 따라 지속적인 영감을 줄 수가 있다.

MG0A7875_новый размер.JPG


MG0A7878_новый размер.JPG

메밀꽃이 피는 고요한 마을에 가장 시끌벅적할 때에는 밤이다. 소란스럽게 별이 빛나며 낮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준다. 고요한 마을에 아름답게 녹아들어 끊임없이 움직이는 별들의 모습은 우리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역동성이 아닐까.

MG0A7879_новый размер.JPG

메밀꽃 무렵은 아니었지만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과 1991년에 개봉한 영화가 오버랩되었다. 오헨리가 하나 남은 잎에도 희망을 걸었듯이 달 밝은 가을밤은 깊어만 가는 가운데 이 모든 장면을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채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꽃길만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