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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7. 2023

환경이 만든 괴물

성남에서 8명을 살해하고 3명을 상해한 심영구 

198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보면 그 시기는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군사정권은 서울에 있던 무허가촌에 거주하던 사람들을 강제로 성남으로 이주시켰다. 그 시기에 성남에서 살았기에 그 도시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못 사는 사람들이 더 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공격하는지 잘 느끼게 하는 어린 시절이었다고 할까. 배움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옳고 그름에 대한 선이 불분명하다. 이들에게 가장 강한 것은 피해의식이다. 피해의식은 공격성으로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이지만 그때는 몰랐던 살인자가 있다. 1961년 제원군(지금 제천시)에서 태어난 심영구는 학대를 받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라나게 된다. 그 학대는 훗날 잔혹한 공격성으로 변화를 하게 된다. 계모와 이복동생들 사이에서 성장한 심영구는 중학교를 다 마치지 않고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 가출했다고 한다.  신문팔이와 구두닦이, 막노동 등을 전전하면서 살아가다가  26살 때 심 씨는 강도상해죄로 수감되어 3년 6개월의 형을 살다가 1988년 출소하게 된다. 


성남에서 살았던 심영구는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강도와 살해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성남 수정구 태평동에서 미용실에서 주인이었던 이 씨(23세) 중상, 성남 수정구 신흥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신 씨(42세) 살해, 서울 관악구 노상 김 씨(42세) 살해,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박 씨(43세),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강 씨(53세) 살해, 구리시 토평동 이 씨(57세) 살해, 서울 종로구 장 씨(54세) 살해, 슈퍼마켓 여주인 상해, 그녀의 아들(11세) 살해등을 저질렀다. 


안면이 있었던 피해자는 슈퍼마켓 여주인과 주점을 운영하던 신 씨였다고 한다. 신 씨는 강도살해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돈이 없이 술을 먹다가 마찰이 많이 있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돈도 없이 술을 먹으려고 가서 다툼도 많이 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심영구는 술만 마시면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한다. 심영구가 검거되게 된 것은 마지막 강도살해를 하려다가 슈퍼마켓 부근에서 슬리퍼 한쪽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신데렐라와는 거리가 너무 멀어 보이는 심영구는 그 신발 한쪽을 찾아서 교도소라는 왕국으로 보내주려는 경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인해 탐문 수사 끝에 심영구의 개인적인 정보를 알고 검거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지만 도망친 심영구를 찾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집에서 도망쳐 애인의 집에 은신 중이었다고 한다. 대체 여자들은 그 실체를 알지 못할까? 술을 마시면 여지없이 폭력성을 드러내는 사람을 숨겨주는 그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지만 한 달 만에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셋방에서 1990년 1월 22일에 잡히게 된다. 심영구가 사형을 당한 것은 1993년 대전을 획기적으로 바꾼 EXPO가 열리기 직전인 1992년 12월 29일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어릴 때의 성남을 생각해 보면 정말 질 나쁜 사람들이 많았다는 기억이 난다. 학생들의 수준을 비롯하여 길거리에는 조금만 어두운 곳에는 깡패 같은 놈들이 득실거렸다. 환경이 사람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도 그곳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물론 쉽게 말할 수는 있다. 환경에 지배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환경이 사람의 선악기준과 범죄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그걸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 심영구는 잡힐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범행 대상을 선택하면 무조건 칼을 휘두르게 되고 한번 찌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연달아 찌르게 됐으며 특히 술을 마시면 성격이 포악해진 심영구는 가정환경이 잉태하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친어머니를 보고 나서 환경을 변화할 수 없음에 바람직한 사회로의 적응은 포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군사정권은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사회의 다양성은 필요하지만 소득 수준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만 모아놓았을 경우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심영구가 살해를 하면서 돌아다녔던 그 동네는 모두 가본 적이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는 남자들도 많았고 질 나쁜 사람들이 참 많았었다. 환경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알 수 있는 사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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