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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9. 2023

가정폭력의 결과

광주에서 일어난 남매의 아버지 존속살해사건

매일매일이 배고픈 나날이었다. 누나와 같이 살고 있지만 돈은 없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누나는 15년간 교회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살았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부모라면 우리의 삶을 고려해주어야 했었다. 어릴 때 받았던 폭력적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적어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문 씨는 누나와 함께 당연한 권리를 누릴 필요가 있었다. 10여 년 간 고시공부를 한 덕분에 법적으로 대응할 자신이 있었다. 


일명 광주 노인살인사건으로 불려진 사건이 2016년 5월 8일에 일어났다.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만 그날은 어버이날이었다. 광주 북구에서 은퇴하고 살던 70대 남성이 사망한 채 발견이 된 것이다. 그 남자는 왜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까. 남자는 얼굴이 공격받아 거의 뭉개져있었고 목과 심장을 수 차례 찔러 숨지게 했고, 대형 고무통에 시신을 넣어진 상태였다. 사체 부패에 따른 냄새 유출을 막기 위해 고무통에 락스를 뿌리고 이불을 겹겹이 쌓아두었다. 


가족 간의 밀도가 더 높다고 생각되는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존속살해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은 왜일까. 한국은 특히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상당히 중요시한다. 사실 유전자의 설계에 의해 유전자를 물려받은 관계일 뿐 개별적인 존재이지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랑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애증이 되기도 하고 때론 분노가 되기도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원하는 것이나 자식이 부모에게 원하는 것으로 인해 과도한 기대나 부담을 주기도 한다. 그 결과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노인을 살해하기 위해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부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살해의 본질은 경제적인 것이었다. 다른 여자와 살고 있는 노인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그녀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남매가 빼앗으려는 노인 아파트의 당시 시가는 10,800만 원이었다. 남매는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매달 생활비를 걱정하면서 살았다.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결심을 하게 된다. 범행 이틀 전, 범행에 사용할 도구를 사전에 구입하고 2회에 걸쳐 사전답사를 하고 공항과 여행사에 해외 출국 절차까지 문의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하였다. 


노인은 이들에게 아버지였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이 컸던 것이 놀랍게도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원인이었음이 밝혀졌고 결혼했을 때부터 어머니한테 폭행과 학대를 일삼았으며 성적 학대까지 저질렀다고 했다고 남매는 주장했다. 가정폭력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남매들의 행적이나 증언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하반신 마비가 되고 치매도 앓게 되어,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게 되었는데도 아버지는 어머니를 돌봐주지 않고 오히려 남매가 사는 오피스텔에서 요양하는 어머니를 폭행하여 딸이 폭행죄로 신고해 체포당하고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를 명령받기도 했다는 남매의 주장과  아버지가 보낸 문자 내용을 경찰이 확인해 본 결과, 단지 자식들이 보고 싶다며 사랑한다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내용은 상반되었다. 


결과적으로 어릴 때의 가정폭력이나 학대는 이들에게 뿌리 깊은 분노와 증오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이를 스스로 정당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아버지를 비난하고 자신들이 잘 돌보는 척하며 어머니를 오피스텔로 데리고 나가놓고는 한 달 만에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 이 사고에 대해서도 의문점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정말 가까운 사람이 일을 하지 않고 살고 있어서 일을 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알고 있다. 특히 문 씨처럼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이 정상적인 일이나 직장을 가지게 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한 번 놀기 시작하여 몇 년이 지나면 일할 의지 같은 것은 사라져 버리게 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쉽게 사는 방법을 계속 생각하기 시작한다. 어렵게 일해서 받는 돈이 작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자신이 살았던 삶에서 벗어날 의지자체를 놓아버리게 된다. 


범행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게 되자, 아버지를 찾아가서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도와달라고 했지만 아버지가 끝까지 거절했고 이에 소란을 피우다가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쫓겨나게 되자 존속살해를 하게 된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부모의 자격이 필요하다. 자식이 그렇게 자라나게 되는 데에는 부모의 책임도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도 성숙하지 못한 채 자식을 키우면서 책임감이 없다면 아이들의 성정에 큰 문제를 만들게 된다. 자신이 뿌린 씨앗이 독이 되는 식물이 되어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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