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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8. 2017

콩: 스컬 아일랜드

인간의 오만함은 어디까지

이번 작품전까지의 킹콩을 다룬 역대 작품들은 인간과의 사랑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속에서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인간의 오만함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남겨진 마지막 인간다움과 양심을 의미한다. 2017년에 개봉한 콩은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인간의 오만함과 베트남전에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그릇된 오판을 조금 더 부각하였다. 조금 더 사회성이 부각되었고 규모는 커졌으며 미지의 생물들이 더 많이 등장했다. 킹콩 +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 묵시록을 모두 다룬 느낌이다. 


초반에서 열심히 밑밥을 깔면서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에는 무언가 거대한 것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주면서 시작한다. 한참 러시아와의 냉전(Cold War 영화 속에서 누군가 아재 개그를 한다. 따뜻해지면 안 싸우냐면서...) 중에 러시아보다는 먼저 무언가를 발견하겠다는 의지를 살짝 불어넣은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섬 스컬 아일랜드로 탐사팀, 정글 가이드, 종군기자, 베트남 항공부대까지 합류해서 이동한다. 


태풍으로 둘러싸인 공간 스컬 아일랜드는 미지의 섬이자 지질학자의 말로는 중간이 텅 비어 있는 지구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포털이다. 그 포털에 들어가자마자 탐사팀은 다분히 다른 의도를 가지고 지질을 분석한다고 폭탄을 투하한다. 당시에는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진동을 일으켜서 지질을 분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킹콩이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게 만든다. 


감독은 왜 베트남전의 패망(중령은 포기라고 우기는)과 콩을 연결시키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베트남 정도는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미국의 오만함과 스컬 아일랜드에서의 중령의 오만함을 교차시킨다. 미지의 세계 스컬 아일랜드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다.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것도 아닐 텐데 그곳의 모든 생물들은 크기가 크다. 원주민도 커질만하건만 인간과 비슷한 크기 정도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웃지 않을 뿐...

던지는 메시지도 그렇고 스케일과 분위기까지 모두 전작을 뛰어넘을만했지만 너무 인디애나식 모험을 강조했던 탓인지 우리가 킹콩에게서 기대했던 그런 완성도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킹콩이라고 하지 않고 콩이라고 이름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뻔하디 뻔한 인간 여성과의 사랑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사랑보다는 소통을 그렸다고 해야 할까. 우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소통이 되지 않은 경우를 얼마나 많이 만나보지 않았던가. 

콩과 문명인과의 만남은 평화적이었던 적은 없다. 그리고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나 마야, 잉카 문명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타문화의 첫 만남이 평화적이었던 경우는 극히 드물다. 콩과 스컬 아일랜드의 생물과 원주민들은 역사에서 익숙한 소름 끼치는 파괴의 만남일 가능성이 더 크다. 


콩은 이전의 킹콩보다 지능적인 존재이면서 평화롭게 섬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로 등장한다. 인간이 문명이 발을 딛지 않은 공간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후진성에서 유래한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에 잘 못한 것을 알고 있다. 인류 사에서 한 문명이 선진적인 문명에게 철저하게 파괴당하는 야만적 상황을 여러 차례 목도한 적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짓은 생각하지 않은 채 다른 존재가 한 일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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