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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1. 2023

집을 만들다.

서천에 자리한 농촌의 풍경을 담은 오량가옥

인간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를 하게 되는데 무언가를 배우고 독서를 하면서 진화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도니다. 문자를 발명하고 문자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인류는 역사적으로 큰 전환을 이루어왔다. 인간이 하나의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0.5초라고 한다. 살고 있는 집들도 다양한 기록을 통해 더 살기 좋게 바뀌어가고 있다. 집의 구조를 공부하면서 오량이라는 것에 대해 접한 적이 있다. 처마 도리와 중도리, 마룻대를 동자기둥과 대공으로 받쳐서, 도리를 다섯 줄로 놓은 지붕틀의 꾸밈새가 오량이다. 

서천의 농가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오량카페라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한옥을 비롯하여 모든 집들은 지붕구조를 받는 수평재인 보(樑)가 필요하다. 

카페의 내부로 들어와서 지붕의 구조를 살펴본다. 오량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만큼 그 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수직과 수평의 정적인 부재 구성에서 오는 중량감에 곡재인 우미량의 동적인 부재를 가미함으로써 매우 경쾌한 맛을 줄 뿐 아니라 조화미도 보여준다.

이 카페의 특징이라면 다양한 소품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수생식물을 주로 키우고 있었는데 옆에는 가야금이 놓여 있어 몇 번 줄을 튕겨보았는 데 사용 안 한 지 오래돼서 그런지 줄이 느슨했다. 

오량의 대들보는 어떤 건물에나 반드시 걸치게 되는 기본 가구재로써 평주(平柱)와 평주 위, 또는 평주와 고주 위에 놓이거나 기둥 위에 공포가 있을 때에는 그 위에 놓이게 된다. 

음료를 하나 주문하고 나서 카페의 내부를 돌아본다. 벌써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할 때가 왔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재즈와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의 재즈는 어딘가 조용하면서 따뜻함이 있어서 좋다. 

요즘에는 오래된 물건에 대한 매력이 더 커지고 있는 듯하다. 카페 내부에는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다양한 물건들이 놓여 있다. 아날로그는 '비례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ἀνάλογος에서 왔다. 우리가 거시적인 자연에서 얻는 신호는 대개 아날로그로 카페의 내부를 비추는 빛의 밝기, 음악을 만드는 소리의 높낮이나 크기, 굴러가는 공의 속력, 바람의 세기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한산소곡주를 구매할 수도 있다. 서동요의 주인공이기도 한 무왕(백제) 37년(636년), 무왕은 신하들과 고란사(皐蘭寺) 부근의 사비하(泗沘河, 현 백마강) 북포(北浦)에서 연회를 가졌는데, 소곡주를 마신 뒤 기분이 즐거워 북을 치고 거문고를 켜며 노래를 부르고 여러 번 춤을 췄다는 기록이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내부를 비추는 창은 큰 편은 아니지만 집의 구조에 적당한 느낌의 빛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빛의 밝기는 예전에는 다들 연속적인 양이라고 생각했지만 광전효과를 연구하면서 사실은 광자의 개수에 따라 결정되는 양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삶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야 다채로울 수 있는 것인가. 적은 수의 색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많은 색을 사용할 때보다 색채가 더 풍부해지는 것은 작은 것도 자세히 보았기 때문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투명한 색의 수채화들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쾌해지고 당장 색을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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