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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1. 2023

고령화 가족

볼 것 없는 가족 구성원이 모여 현재 한국을 표현하다. 

나이 값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이에 걸맞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부모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세상 껄끄럽기만 한 가족이 크지도 않은 집에 모여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영화가 고령화 가족이다. 자식농사에 제대로 실패한 엄마, 총체적으로 개념 없는 한모, 별것 없이 매일 노는 인모, 결혼으로 모든 걸 뒤집어보려는 미연, 미연의 개념 없는 딸 민경까지 모여 조합을 이루었다. 


이들 가족을 보면 어떻게 하나같이 별 볼 일이 없는지 잘 표현하기는 했다. 박해일은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 적지 않게 출연하고 또 어울린다. 세상에서 가장 막장처럼 보이는 가족이지만 한편으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나이 먹고 같은 공간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필자가 쓴 이야기처럼 가족의 밀도에서 가까우면 결국에는 더 큰 상처를 입힌다는 것은 영화 속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너무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을 뿐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부딪힘과 그것에 내포된 무수한 의미들이 있다. 

형과 동생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무식하고 별 볼 일 없는 형이라고 생각하고 형이라고 부르지 않고 반말을 하는 인모 역시 지질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다. 제대로 돈벌이도 못하면서 영화감독을 하고 있다. 매번 돈이 없어서 자신의 여동생에게 손을 내밀어서 형과 술을 마신다. 집으로 돌아감으로써 자신을 재충전하고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되는 삼 남매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 관계가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가족이기에 가능한 것은 남들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솔직함이라고 표현하는데 과연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허물은 모두 감싸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 사이에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서로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남들보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며 상처를 입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어린 나이이며 이들의 행동을 가장 어이없게 관찰하는 민경은 애늙은이에 가깝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식구들에게 끊임없이 음식을 해 먹이며 감싸안는 엄마는 나이 값 못하는 삼 남매의 자양분이기도 하지만 그 고된 삶은 어떻게 짊어지게 되었는지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매일매일 삼겹살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니 어릴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일을 하면서 밥을 챙겨주지 못했던 어머니는 손이 안 가는 반찬을 만들기 위해 한번 음식을 하면 2주는 같은 음식을 먹게 했다. 삼겹살을 사도 2주간 먹을 수 있는 분량을 사놓고 일을 나가신 것이다. 매 끼니마다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참 너무나 고된 일이었다. 영화 속에서 오한모는 약장수 때문에 다리를 크게 다친 후 불편한 몸으로 수자와 결혼해 미용실을 운영하고, 오인모는 전파사 구 씨와 결혼한 어머니와 함께 같은 집에서 살아간다. 비참한 것 같으면서도 가족과 단합과 화합을 말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그렸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은 것은 다른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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