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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30. 2023

싱글 인 서울

작가의 삶이 스쳐 지나가는 듯 홀로 살아가는 섬세함

홀로 잘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는 요즘 어떤 관점으로 삶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는 것이 영화로 나오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앓게 되는 병이 있다. 제대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몸살이라는 것을 앓게 되는데 마치 그것을 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아플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못 견기는 글에 대한 묘한 매력과 도전 그리고 과거 자신을 넘어서고 싶다는 욕심 같은 것이 몸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논술강사로 일하면서 서울에서 혼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플러언서이면서 영호는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싱글이 답이다라는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다. 혼자 걷고, 혼자 먹고, 혼자 하는 것을 선호한다. 쿨 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삶을 살게 해 주는 과거가 있었다. 이제 그는 책을 쓰기 위한 도전을 하기 시작한다. 그를 옆에서 도와주며 혼자가 되기 싫은 나름 유능한 출판사 편집장인 현진은 말 그대로 편집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엉성한 여성이다. 

괜찮은 싱글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전문직업이 필요하며 안정적인 측면과 프리한 것이 같이 어우러져야 자신만의 삶이 만들어진다. 영화는 엉성했던 과거의 연애를 하면서 자신만을 위해 돈을 쓰면서 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릴 때는 엉성하고 어딘가 부족해서 맛있는 연애를 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준비는 되어 있는데 재료가 부족한 것은 왜일까. 물론 영화 속에서 영호는 그런 연기를 잘 보여주었지만 여러 가지 조건에서 그런 삶을 살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할까. 영호는 철저히 싱글라이프에 맞추어져 있고 현진은 함께하는 것을 고려한 삶을 준비하고 있다. 영호는 밀어내고 현진은 끌어당기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할까. 여기에 영호의 첫사랑이면서 당시 그의 설익음을 뒤로하고 이별한 채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난다거나 여기저기 떠돌다 바르셀로나에 정착해 살고 있는 홍작가가 오버랩된다. 

쿨 해 보이고 자신의 삶에 100%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호는 자신의 허술한 부분을 포장하는 것이 보인다. 자신의 속내는 감춘 채 완벽해 보이고 싶은 남자의 허세가 조금 보인다고 할까.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첫사랑의 모습은 다른 형태로 기억이 되고 있다. 책이 너무 좋아서 편집장을 하고 있는 현진은 솔직한 사람이다. 그래서 남자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람을 거리 두게 만드는 재주도 가지고 있다. 

홍작가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경복궁, 남산, 익선동, 잠수교, 광화문 등 서울을 상징하는 명소의 낮과 밤의 풍경 속에 차갑지만 따뜻한 서울이 만들어진다. 집의 인테리어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무언가 갖출 것은 다 갖춘 것 같지만 차갑고도 공허한 영호의 집과 소박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현진집이 대비가 된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책을 준비하는 남자와 책을 도와주는 여자의 모습은 많은 것이 공감이 되었다. 책은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책을 쓰는 사람은 있지만 그 책이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매력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따뜻하면서 유쾌한 유머도 있어서 가볍게 감상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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