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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8. 2023

건축학개론

삶은 한 장 한 장 쌓아가는 건물의 모습과 닮아있다. 

필자는 말로 해보고 싶다는 말은 잘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고 싶다면 해야 하는 것이고 소정의 결과를 만들 때까지 노력을 한다. 그냥 대충으로 말하지 않고 삶의 결을 만들 때 신중하게 만드는 편이다. 그래서 자격증 공부를 참 많이 했었다.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으로 혹은 새로운 지식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공부했던 것이 건축기사, 조경기사, 실내건축기사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집의 구조를 설계할 수도 있어야 하지만 어떤 것을 채워야 할지 알아야 하며 정원을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한 감각도 필요하다. 그래서 자격증 공부를 했었다. 오래간만에 영화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런 과거에 했던 노력들이 스쳐 지나갔다. 책장에 꽂혀 있는 오래된 수험서를 끄집어내 보았다.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필기를 모두 합격하고 나서 실기를 공부할 때 샀던 책들이다. 

자격증을 공부할 때 필수적으로 봐야 할 책중에 하나가 개론이다. 건축학개론은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배우는 과목이기도 하다. 영화 건축학 개론 역시 건축의 기본적인 개요를 담고 있다. 어떤 학문 따위의 내용을 간략하게 추려 서술한 내용이기에 얕고 넓게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 건축학개론인 것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서 깊지는 않지만 풋풋한 기억을 되살리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건축학과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반하게 되는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속에 품은 채 작은 오해로 인해 서연과 멀어지게 되며 한동안 서로 잊힌 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서른다섯의 건축사가 된 승민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서연으로 인해 과거를 회상하면서 스토리가 진행이 된다. 

건축주와 건축사로 다시 만나 집을 짓게 되면서 서연이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를 승민은 이해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 건축사들은 많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상적인 건축사로 등장한다. 건축주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잘 알아야만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하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마무리가 되지 않은 두 사람만의 추억의 건축물을 품으며 살아간다. 집을 지어 가는 동안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고, 차츰차츰 현재의 감정을 쌓아 가는 과정은 영화의 제목인 건축학개론과 별개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면이 적지가 않다. 

사람이 노력을 해서 배운 것들은 아무런 이유가 없이 잊히지 않는다. 어떤 삶을 살았는가는 결국 드러나게 된다. 건축학개론처럼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과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보이지 않게 쌓아온 벽돌 한 장 한 장이 전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때 진가를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순간을 잘 쌓아가는 것이 미래의 당신에게 찾아오는 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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