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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2. 2023

삶의 교차점

장항 6080 삼선건널목에서 바라본 시간

살다 보면 어떤 것은 잠시 멈출 수 있지만 어떤 것은 멈출 수 없음을 알게 된다. 태어나서 한 번 뛰기 시작하는 심장은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하지만 숨은 잠시 멈출 수 있고 눈을 감을 수 있으며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에서 멈출 수 있을 때 멈추고 계속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지 않아서 생기는 수많은 갈등과 반목도 있다. 도로와 철도의 교차점의 건널목은 그런 인생을 상기시킨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어릴 때만 하더라도 대도시에서도 적지 않은 건널목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차량이나 사람이 지나다니는 도로와 철도가 서로 교차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건널목에 직원들이 꼭 상주하고 있었다. 24시간 관리를 해야 하니 이곳에서 근무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장항은 수많은 기차들이 드나들었던 곳으로 삼선건널목은 옛 모습을 유지한 채 남아 있다. 예전에는 간수라고 불렀다가 건널목안내원을 거쳐 코레일테크에서 건널목관리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철도 건널목에서 사고가 날 경우 12대 중과실로 처리되어 운전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니 꼭 확인이 필요하다. 

삼선 건널목은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장항선 기차가 들어오면 삼선건널목은 차단기가 내려오며 5분 정도 시간이 멈추었다고 한다. 이때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그동안의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고 한다. 

일상에도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는 것은 잠시 멈추어보면 알 수가 있다.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소녀가 무엇을 달라고 하는지 이곳에서 손을 내밀고 있다. 

건널목의 이름은 주변의 가까운 역과 이름을 다르게 설정한다. 기관사가 운행할 때 역명과 건널목 이름을 혼동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한다. 삼선건널목과 같이 모든 건널목에는 각각 이름이 있다. 이름이 없는 무명 건널목은 없다. 건널목에 이름이 쓰여 있는 경우도 있고, 이름이 안 쓰여 있더라도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에서는 해당 건널목의 이름을 따로 가지고 있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삼선 건널목에 오면 알 수가 있다. 이곳은 기차가 다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가 있다. 기차가 다니던 곳의 주변으로는 충분한 공간이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옛 장항역이 자리한 곳 주변으로 다양한 시설이 조성이 되었다. 옛날에는 건널목에서는 경보음을 낼 때 진짜 종(경종)을 사용했지만, 요즘은 전자음과 전화벨 소리, 음성안내까지 함께 쓰고 있다. 

예전에는 천안역 ~ 옛 장항역(현재 장항화물역)까지의 장항선과 군산역(현 군산화물역) ~ 익산역까지 연결하던 군산선이 2008년 복선화 노반 사업을 통해 금강갑문을 통해 연결되고 역이 이설 되면서 하나로 통합되었다.

삼선건널목의 관리소위에는 해학스런 인형들이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잠시 멈추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기차는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기차역이 아닌 이상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교차점이 생기고 교차점에는 건널목이 만들어지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도 어떤 목적지까지 갈 때까지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교차점에서는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볼 수가 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다음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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