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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3. 2023

가을날의 식탁

장동에 머문 당신의 좋은 시절은 바로 지금입니다. 

사람이 어느 곳에 나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곳에 있을지 어떤 곳에서 시간을 보낼지 선택을 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누군가 인지를 자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시원하면서도 거닐기에 좋으며 깊게 사유할 수 있는 계절인 가을이 지나면 절제하듯이 봄을 준비하며 혹독한 바람이 불어와도 차분히 기다릴 줄 아는 겨울이 온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먹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로 만든 식탁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계절마다 어울리는 식탁이 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르고 살아온 방식에 따라 맞는 음식들이 있다. 

재료들을 푸짐하게 집어넣고 비벼 먹는 보리밥은 맛이 제법 괜찮기도 하고 평소 부족했던 영양소를 한 번에 넣어먹는 것 같아서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보리와 쌀이 적당하게 들어가고 여기에 된장이나 청국장을 듬뿍 집어넣어서 먹으면 그만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경험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퍼즐 조각들이 앞에 높여 있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것을 보고 색다른 것을 느껴보려고 하면 다양하고 다채로운 것을 볼 수가 있다. 아직도 퍼즐조각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어떤 풍경을 만들게 될지는 자신만의 몫이다. 

비빔밥 속의 채소에는 풍부한 섬유소와 칼슘, 인, 칼륨, 단백 질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제철에는 주로 생으로 먹지만 건조했다가 사시사철 먹기도 하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장동에 그려진 내 인생의 봄날은 바로 지금이라는 표현은 식상한 말 같지만 몸소 실천하면 벽에 그려진 것처럼 작은 코스모스조차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볶음밥이든 비빔밥이든 쌀이 기반으로 만들어지게 되듯이 우리는 봄에는 보리, 가을에는 햅쌀을 수확해서 먹고 살아간다. 그 위에 어떤 것이 덮이느냐 아니면 식재료를 넣고 볶아서 먹느냐에 따라 음식의 종류가 달라진다.  

장동의 코스모스가 피어있던 곳에는 지금 보리가 심어져 있다. 겨울을 잘 이겨내고 나면 내년 봄에 황금색의 들판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장동은 대덕구에서도 안쪽에 들어가 있어서 농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다. 

장동은 지금도 계속 변화 중이다. 대덕문화원은 2023 방방곡곡 문화공감 기획전시 '장동유희'를 11월 3일부터 11월 27일까지 대덕문예회관 전시실에서 개최하는데 그곳에서도 장동의 다른 모습을 작가의 눈으로 만나볼 수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도시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요즘은 풍요로운 공동체라는 말이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역사를 품은 장동 같은 곳을 가보면 그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장동의 곳곳에 피어 있는 가을꽃들은 시들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꽃들도 있었다. 계족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장동은 자연과 생태가 살아 숨 쉬는 곳이었는데 미군이 주둔하면서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로 발전을 하게 되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세차는 약 2만 6,000년의 주기로 지구 자전축이 느리게 진동하는 것을 일컫는 운동을 장동(章動)이라고 일컫는다. 영어로 nutation은 '흔들림'이라는 뜻의 라틴어 nutare에서 유래했다. 바야흐로 흔들림의 계절이다. 장동의 길을 걸어갔던 그 기억은 이제 삶의 뒤편으로 사라지겠지만 올해 맞이해 본 겨울에도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그 풍광을 담아보고 겨울도 포근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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