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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2. 2023

가정환경의 무게

엄마와 누나를 살해하더라도 폼나게 살고 싶은 아들

지금으로부터 14년쯤 전으로 돌아가보면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2008년 전세게를 들썩이게 만든 리먼브라더스발 금융위기가 있었고 여전히 자영업자들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회는 출산율에 대해서만 언급을 할 뿐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홀하다. 가정은 1차적으로 사회질서, 양심, 사람에 대한 존중등의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우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적인 문제나 사회질서에 대해 희박한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만 탓할 뿐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렇게 자라본적이 없으니 말이다. 


2009년 여자가 버는 돈 70만 원을 가지고 근근이 살아가던 가정이 있었다. 빌라의 반지하에서 살던 그 가족은 남편(51, 식품외판원)의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곤궁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46.3㎡(14평) 규모의 반지하층에서는 부부와 딸, 아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딸은 19살로 제법 공부도 잘했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미용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아들은 자퇴를 하고 불량한 친구들과 같이 소일거리를 하고 돈도 훔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지금도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남들보다 으스대려고 발버둥 치려는 애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다른 애들이 입고 다니는 옷과 신발을 원했으며 다른 아이들보다 괜찮아 보이려고 했었다. 필자는 어릴 때에도 특이하게 다른 친구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신발을 부러워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자퇴를 하기 전에 장군은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질 수 없다는 부러움에 적지 않은 자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장군은 다른 친구들보다 괜찮았던 적이 잠시 있었다. 달리기를 제법 잘해서 전국체전에서 두 번의 우승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육상으로 나갈 수 있었던 장군은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를 하다가 발을 다쳐 육상의 꿈은 접게 된다. 그때부터 막 나가기 시작하던 장군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하고 아이들을 협박하고 돈을 뺏는 생활을 하게 된다. 비행소년의 집결지에서 매일매일을 생활하고 있던 그 시기인 2009년 10월 10일 새벽 4시 46분경 서울 중랑구 면목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층에서 갑작스럽게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긴급출동한 소방대가 15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집은 전소되었으며 방에서 잡을 자고 있던 어머니 김 씨와 딸이 전신게 고도화상을 입고 근처 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패혈증으로 김 씨가 사흘 만에 숨지고 딸도 그다음 날 사망을 하게 된다. 유류등에 의해 방화가 일어났음을 추정하고 그 흔적을 찾다가 20미터쯤 떨어진 길가에서 타다 남은 오리털 점퍼와 검정 트레이닝 바지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평소에 경제문제로 부부가 싸움을 자주 한 것을 보고 초기에 남편을 특정했다. 그렇지만 남편은 그날 수원에서 있었으며 아들인 장군은 여자친구와 강원도 평창에 가서 1박을 했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 한 달 쯤이 되었을 때 불에 탄 점퍼의 주인을 찾았는데 그 친구는 김 군(15세)에게 빌려주었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고 노원역에서 오토바이 날치기 범죄등으로 구치소에 수감이 되어 있었다. 김 군을 추궁해 본 결과 김 군은 자신의 할머니를 해하겠다는 협박과 돈을 주겠다는 장군의 약속에 불을 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장군은 자신의 여자친구와 평창으로 여행을 간 알리바이를 만들고 후배인 김 군에게 청부살해를 시킨 것이었다. 


장군은 평소에도 외제차를 사고 강남등에서 가서 폼나게 살겠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다고 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자신의 엄마와 누나를 살해하고 받는 보험금을 통해 그 꿈을 이루려고 했던 것이다. 김 군에게 집 앞 우유배달 주머니에 미리 집어둔 집 열쇠가 있었다고 말해주고 휘발유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알려주며 살해계획까지 짜주었다. 당일 새벽 4시가 지나자 김 군은 새벽에 자전거에 휘발유를 싣고 장군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따고 들어간 김 군은 거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붙은 불은 옷에도 옮겨 붙었고 허겁지거 버리고 슬리퍼까지 팽개친 채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던 모습이 장군의 집에서 150여 미터쯤 떨어진 CCTV에 찍힌 것이었다. 


숨진 엄마와 누나의 장례식장에서 장군은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은 열심히 살겠다는 말까지 했다. 오로지 폼나게 살기 위한 돈이 필요했던 장군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고 한다. 약 한 달쯤 지나 수원에 있는 선배 오피스텔에서 숨어 살고 있던 장군은 11월 7일에 붙잡혔다.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에 랜덤 하게 폭탄이 될 사람을 내보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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