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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3. 2023

호스트바 살인사건

자신의 인생을 꼬이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자신

남자의 시중을 받아가면서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난 다음 복학하기 전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는데 술집과 관련된 곳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몸을 밑천삼이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와 그 여자를 상대하는 남자들을 직접 경험했다. 그렇게 돈을 벌기 시작하면 자신의 주제를 잊기 시작한다. 씀씀이에 대한 개념이 아예 사라진다고 해야 할까. 돈은 정말 잘 쓰지만 그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착각을 한다. 그렇게 커져버린 씀씀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2008년에 개봉했던 비스티 보이즈라는 영화는 호스트바의 세계를 잘 그렸다. 실제로 상당히 유사하다. 그곳에서 몸으로 일하는 남자들의 생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허세와 매일매일의 생활이 양아치와 비슷하면서도 서로를 속이고 돈 때문에 항상 문제가 생긴다. 실제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도박에 빠진 사람들도 많고 마약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곳에 왜 여성이 찾아가느냐고 묻는다면 가장 큰 손님은 술집여성이다. 술집에서 2차까지 뛰는 여성들 중에 자신들이 하는 일이 당당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일하고 나면 술자리를 가지고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고 몸까지 제공하면서 벌은 돈을 호스트바에 가서 쓰는 것이다.

도시마다 알게 모르게 호스바들이 있는데 주로 여성전용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져 있다. 김해에도 호스트바가 있었는데 2014년경 한 여성이 호스트바를 찾아서 돈을 펑펑 쓰면서 놀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돈이 무척 많은 여자처럼 보였던 이 씨(34)는 호스트들의 표적이 되었다. 남자여자를 떠나서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게 혹은 쓸모없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 하기 심리 때문이다. 자신은 이렇게 쓸모없어 보이는 술이나 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이 남다른 눈으로 바라봐주기를 원한다. 문제는 그런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술집여성이 XXX 같은 남자를 고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찌나 사람 보는 눈이 없는지 때론 신기하기도 하다.

호스트바에서 그렇게 돈을 쓰던 김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녀의 아버지가 실종신고를 했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단지 누군지 의심이 될 뿐이었다. 그녀가 발견된 것은 충청북도 영동군이었다.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 씨로 인해 그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녀를 살해한 것은 그녀의 호스트였던 박 씨(32)였다. 도박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던 그는 돈을 펑펑 쓰는 그녀에게서 돈을 빼내기로 한다. 2014년 3월 31일 새벽에 이 씨를 만나자고 한 다음에 렌트 차량에 태우고 경남 창원의 학교 주차장으로 데려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목 졸라 살해한 다음 체크카드를 훔쳐서 현금 395만 원을 빼냈다. 수천만 원을 쓴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돈이 395만 원뿐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수사받을 것을 고민한 박 씨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5일 후 같은 호스트를 유인해서 1,000만 원을 달라고 했지만 돈이 없어 15만 원과 명품등을 훔쳐 달아났다가 창원교도소에 수감이 되어 있었다.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준법의식이 희박한 편이다. 자신이 편하고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피해에 대해 배려하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돈 문제도 매우 흐릿하기 때문에 다툼도 많이 발생한다.


호스트바는 남자들이 룸살롱과 같은 곳에서 노는 것보다 더 더럽게 노는 경우가 더 많다. 자극에 노출돼면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다른 것으로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자극은 결국 범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범죄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고 싶다면 어두운 곳에 가면 된다. 김 씨가 죽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남자들의 속성을 몰랐던 것은 실수라고 볼 수는 있다. 그 돈을 쓰면서 호스트바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싶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이상 그런 유흥생활은 유지하지 못한 경제상태에서 호스트바에 제대로 물들어 허세와 준법의식따윈 없는 박씨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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