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의 우정
87년에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왕성하지는 않지만 배우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1965년생 배우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헐리로 그녀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오스틴 파워, 일곱 가지 유혹, 못 말리는 이혼녀 정도가 기억난다. 매혹적인 얼굴이나 몸매보다 그녀가 더 매력적인 것은 그녀의 마인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녀는 공개연애로 지금은 다시 보지 않는 바람둥이 스티브 빙과 로맨틱 가이로 유명한 휴 그랜트가 있다. 이 두 명의 각각의 남자와는 전혀 다른 인간관계를 맺어오는 것이 조금 특이하다.
연인관계였던 스티브 빙과 사귈 당시 엘리자베스 헐리는 임신을 하게 되는데 스티브 빙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유전자 검사에 의해 스티브 빙의 아들임이 드러났다. 그 후 양육비를 주겠다고 했으나 엘리자베스 헐리는 거절하고 아들을 혼자서 키우고 있다. 그러나 휴 그랜트와는 헤어지고 나서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여자와 남자와의 우정이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는 현대인들의 이슈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었다. 우정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냥 성적인 관계가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진심으로 돌봐주고 챙겨주는 사이가 아닐까. 그렇게 좋으면 계속 사귀어야지 왜 헤어지고 나서 우정을 언급하냐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때로는 좋은 사이라도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별 뒤에도 엘리자베스 헐리와 휴 그랜트는 서로의 대모나 대부를 자청하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친구란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며 언제든지 내 이야기를 해도 부담 없는 존재이다. 말로만 친구를 말하고 언제 한번 보자는 말로 대충 둘러대는 관계가 아니라 그 사람이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어깨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어깨는 남자라고 해서 넓고 여자라고 해서 좁지 않다. 기댈 수 있는 어깨는 누구에게나 크게 느껴진다.
사회에서 규정한 남자나 여자의 탈을 쓰기 전에 우리는 인간으로 규정된다. 남자나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사람들은 색안경을 쓰고 서로를 바라본다. 자신의 소신발언을 공개적인 자리 나 사적인 자리에서 하는 엘리자베스 헐리는 우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여성으로 보인다.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성도 있고 동성도 있다. 오래된 사람도 있고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을 판단하는데 객관적인 기준은 없으며 모두 주관적이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의 타성이나 직업적인 특성이 가져다주는 거짓과 가면에 기대어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도 한다. 사람의 관계에서 사랑만큼의 비중을 가지는 것은 우정이다.
우정의 깊이는 알고 지낸 시간에 비례하지도 않고 오롯이 상대를 대하는 진실함에 비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