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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리

고창에 자리한 한국의 전통 판소리 박물관

전국에 소리가 남아 있는 곳을 많이 가보았지만 처음으로 기억되는 것은 서편제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1993년에 개봉한 영화니 벌써 30여 년이 지나가고 있다. 한국 민중의 뿌리 뽑힌 삶과 고립되어 가는 한 예술가의 광기가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 작품으로 동호가 생활고와 유봉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떠나자 유봉은 송화가 자신을 떠날까 봐 그리고 송화의 소리에 한을 심어주기 위해 그녀의 눈을 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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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 고창읍 동리로 100에 자리한 고창판소리박물관은 부지 면적 5,525.45㎡, 건물 연면적 1,219.29㎡에 5개의 전시실과 작업실, 연구실 등을 갖추고 2001년 6월 25일 개관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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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멋마당’에서 시작되어 원형전시실인 ‘명예의 전당’에서는 판소리 역사에 관한 영상과 ‘세계 무형문화유산과 판소리’를 주제로 전시된 사진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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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한 명이 북을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소리(노래), 아니리(말), 너름새/발림(몸짓)을 섞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특징인 판소리는 판소리를 구성하는 3요소는 소리꾼, 고수, 그리고 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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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민요와는 다르기 때문에 요즘에 나오는 송소희 같은 대중가수들이 부르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서양의 비슷한 음악이라고 하면 오페라를 연상할 수 있는데 결은 다르지만 연기와 노래를 하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주는 것과는 비슷하다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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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오페라를 보러 간다고 하면 무언가 격이 높은 것 같고 판소리는 고지식한 느낌으로 본다는 것이다. 애당초 대중음악과 장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불가하며 대중음악과는 또 다른 귀한 가치가 있는 음악이 판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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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역사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판소리의 흐름을 볼 수가 있다. 판소리와 같이 고전음악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한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성이 녹아 있는 귀한 가치가 있는 음악은 남다른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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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시대에도 판소리 음반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 음악인의 음반은 최초로 1907년 미국 콜롬비아 음반회사에서 발매되었다고 한다. 모두 국악음반으로 1960년대 중반까지 2,500여 장의 국악 음반이 나왔다고 하니 적지 않은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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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시대를 살아간 세월보다 그 이전의 시간이 훨씬 길다. 그 시간의 삶이 담겨 있는 예술이라는 장르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고유성을 담고 있는 고전 예술은 고전 예술대로, 대중 예술은 대중 예술대로 각각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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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판소리박물관도 변화하고 있는데 스마트판소리박물관 구축사업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기반조성 사업’ 공모 선정에 따라 추진되어 증강현실(AR) 체험에서는 판소리박물관 전시에 동리 신재효선생이 등장해 인공지능 대화를 통해 박물관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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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리화가의 주인공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가 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집권하여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자 임진왜란 때 불 탄 경복궁을 중건하였을 때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공사가 끝난 후 경회루에서 축하 잔치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신재효의 제자요 연인인 진채선의 '방아타령'이 대원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대원군은 미모에 명창인 스물넷의 진채선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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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 봄이 돼서

귀경가세 귀경가세 도리화 귀경가세

도화난 곱게 붉고 휨도 휠사 외얏꽃이

향기 쫓난 세오충은 져때북이 따라가고

보기 죠흔 범나비는 너풀너풀 나라든다

붉은 꽃이 빛을 믿고 흰꽃을 조롱하야

풍전의 반만 웃고 향인하야 자랑하니

요요하고 작작하야 그 아니 경일런가

……….


도리화가(桃李花歌) - 신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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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판소리박물관에는 여러 소리꾼들의 모습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세 번 정도 본 적이 있는 오정해 씨도 보인다. 서편제로 인기를 얻은 오정해 씨는 지금도 여러 무대에서 소리로 혹은 진행자로 활동을 하고 있다. 판소리를 사람의 인생을 담았기에 완창을 하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짧고 자극적인 것이 좋은 것처럼 생각되는 요즘 기다림의 미학이 판소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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