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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0. 2023

범행의 이유

나주 드들강에서 발견된 박양의 장기미제사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01년 나주시를 흐르는 드들강 유역에서는 고교생이었던 박수연 양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외지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드들강이라는 강은 엄마야 누나야 강변에 살자는 노래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드들강이라는 강의 이름은 수피해가 잦아 둑을 쌓고 보를 만들었으나 계속 둑이 터지자 '드들'이란 처녀를 제물로 바쳐 둑 속에 묻고 보를 만들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대에 이르러서 어린 여성이 희생되는 것을 생각했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 양의 주검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도 확보했고 주검에서 범인을 특정할 DNA까지 확보했으나 끝내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하면서 미궁에 빠지게 된다.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건 발생 전날 밤 11시 30분경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식육점(정육점) 앞에서 두 명의 남자와 있는 것을 본 17살 A군이 마지막 목격자였다고 한다. 목이 졸리기는 했지만 그녀의 사인은 익사였다. 광주광역시에서 살고 있었던 그녀가 나주까지 가게 된 것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미제사건으로 잊혀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목표교도소에서 강도살인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도룡의 DNA와 당시 시신에서 발견된 DNA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었다. 


김도룡은 당시 그녀와 사귀던 사이였고 그렇기에 성관계는 했지만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은 기소를 하지 못했다. 이미 10년이 넘게 흘렀고 증거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을 다시 재조명하면서 다시 수사가 시작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래의 판결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길게 쓰였지만 명확한 증거와 범행의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어도 합리적인 의심에 근거해 수사해서 결국 다시 무기징역을 재선고함에 이른 것이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 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 바,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 1950 판결)'는 판결문이 나왔다.


강력사건의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범행의 이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유 없는 범죄는 없다. 묻지 마 범죄일지라도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자신만의 이유는 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김도룡(1977년생 당시 24세)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고교생 박(당시 17세)양을 불러낸 뒤 자신의 차량에 태워 나주시 남평읍에 있는 드들강으로 향했다. 그는 차량 안에서 반항하는 박양을 억압한 뒤 강간했고 목을 졸라 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는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지만 아무도 정답에 대해 말해주지 않으며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기도 한다. 범죄자들 모두 범행의 이유는 있다. 사람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왜 이렇게 사람이 설계되어 다른 사람을 해할 수도 있는 존재가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꾸준하게 발생하는 강력범죄는 사람의 불안정한 측면과 사람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편 2017년 12월 22일 대법원 상고심은 김도룡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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