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진국집의 맛은 색다른 느낌의 김치찌개
지역마다 색다른 맛들이 있는데 그 맛은 개개인의 호불호에 다를 뿐 유명세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통 충남의 음식이기도 한 게국지라는 이름을 들으면 온전한 게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게국지에는 그런 게가 들어간 경우는 요즘 말고는 없었다. 겨울 내내 게와 삭힌 간장의 구수한 맛이 먹을 것이 없었던 시기의 먹거리와 어우러진 것이다.
보통 게국지라고 하면 태안을 연상하는데 지금 태안의 게국지의 맛은 게가 들어간 충남의 향토음식의 변형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이곳은 서산의 오래된 맛집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 곳이다.
냉면으로 유명한 곳이면서 100년이 넘는 맛을 가지고 있는 구 옹진냉면집도 보인다. 저번에 한 번 가보았는데 나중에 한 번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이번에는 서산의 전통 게국지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진국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국의 국을 끓여내주는 곳이기도 하다. 골목의 입구에서부터 무언가 겨울의 꼬릿 한 냄새가 풍기는 것만 같다.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 김치대용으로 먹던 봄동과 얼갈이배추가 쉬게 되면 같이 끓여낸 것이고 고춧가루가 들어간 꽃게탕 같은 색깔이 아닌 간장을 연하게 끓인 연한 커피색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정말 오래된 음식점이다. 늦은 시간에 찾아가서 그런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연세가 90세에 가까워 보이는 할머니가 맞이를 해준다.
진국집은 꽃게탕이 아니라 백반집이다. 백반으로 1인분에 8,000원에 먹을 수가 있다. 김장을 한 후에 남은 배추 겉껍질이나 무, 무청 등을 크게 썰렁 넣고 황석어젓, 밴댕이 젓 등의 젓갈을 넣어 불려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1인분을 주문했는데 푸짐하게 한 상이 나온다. 꼬릿 한 냄새는 간장을 우려내서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인 듯하다. 국이 세 개가 나오는데 국마다 특징이 있다. 처음 먹는 사람들이라면 야릿한 느낌의 맛에 익숙하지가 않을 수가 있다.
숙성시킨 맛이 된장도 아닌 것이 게장도 아닌 것이 간장도 아닌 조금은 색다른 맛이다. 말랑말랑하고 연하지만 하얗게 우러나는 그런 맛으로 특유의 진한 냄새와 어우러진 짭짜름이 입안에서 돌고 있다.
다른 행사에서 샌드위치를 주어서 점심을 대충 해결했지만 배가 고픈 터러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날이 저물기 전에 다른 곳을 가보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한 공기 더 먹으라고 해서 배 터지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반찬도 많이 남아서 아까워서 먹기 시작한 것이 역시 식사량의 한계에 이르렀다.
음식들이 다 맛이 있는 편이다. 손맛이 있는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큰 게가 한 마리씩 들어가 있는 게국지에서는 예전의 향수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김치 버무리듯이 살살 버무린 후 삭혀 찌개를 끓여 먹는 방식의 음식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진국집을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서산 지방에 사람들은 김장을 담글 때 게를 담아두었던 간장에 소금을 살짝 절인 배추와 열무를 넣어서 삭힌 게국지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김치가 있었어 때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데 김치에 갖가지 생선이나 젖깔이 들어가서 단백질과 무기질을 섭취할 수가 있다.
아마도 서산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이곳을 한 번씩은 방문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산시청에서 솔빛공원의 아래로 내려오면 원형교차로의 안쪽에 자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김치에는 나름의 먹거리 인문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