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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8. 2023

사형 선고

머리가 검은 짐승 전용술 은인 마산 대학교수를 살해하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좋았던 이 씨는 경남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지인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명씩 집으로 떠났지만 이 씨는 오래간만에 보고 싶은 친구를 불러내서 호프집으로 발길을 했다. 짧게 끝내려고 했던 술자리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러다가 이 씨는 잘 아는 2년 후배와 그 지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합석을 해서 술자리를 이어갔다. 별다른 말다툼도 없었고 이 씨의 친구와 후배 전 씨의 친구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에 전 씨는 갑작스럽게 대학교수인 이 씨의 옆구리에 회칼로 두 번 찌르고 이들이 화장실에서 나올 때 연이어 등에다가 두 번 더 찔렀다. 


말릴 틈도 없이 칼을 휘두른 전 씨는 범행 후 바로 도주를 했다. 그때가 2004년 7월로 술을 마신 호프집이 자리한 곳은 필자도 잘 아는 곳이었다. 그렇게 살해한 전 씨는 도망쳐서 노숙을 하면서 감시의 눈을 피해 도망을 다녔다. 그러다가 돈이 떨어지자 다시 2004년 8월 1일은 택시기사를 칼로 공격하여 중상을 입히고 돈을 훔쳐서 도망을 갔다. 그의 지문을 확인한 경찰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공개수배로 전환을 했다. 그는 전용술이라는 범죄자였다. 


전용술의 범죄의 기원으로 올라가 보면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해인 1972년이다. 당시 여자친구의 부모가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둘렀다가 징역 단기 6월에 장기 8월을 선고받고 복역을 하게 된다. 소년범의 경우 단기와 장기가 함께 내려지는데 단기를 다 마치고 교화의 여지가 있을 경우 장기까지 안 간다는 의미다. 물론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그곳에서만큼은 착한 척을 한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여자친구가 자신을 떠나게 되자 전용술은 1974년 7월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서 살해를 했다. 둘이 사귀었는지도 명확하지가 않다. 그리고 범행 이후에 도주를 하다가 택시를 상대로 강도질을 해서 현금을 갈취하고 경찰의 추격을 받을 때 공무집행을 방해하면서 인질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한다. 결국 잡히게 된 전용술은 1.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1975년 4월 미성년자임을 고려하여 대법원에서는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했다. 


전용술과 대학교수 이 씨의 인연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같은 지역의 초등학교의 선후배사이였으며 고등학교까지 인연이 이어지자 이 씨는 면회를 가기도 하고 영치김을 넣어주는 등 옥바라지를 하였다. 이 씨는 사람의 선한 면만을 보려고 노력을 했던 듯하다. 사람이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으며 자신에게 보여준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비열한 습성을 몰랐던 것이다. 무기징역에서 감형이 되어 조기 석방이 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동창들에게 서명을 바아 제출하기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1993년 3월 징역 20년으로 감형되고 그 해 5월에 가석방이 되었다. 


감옥에서 나온 전용술은 아버지의 유산 3억 원을 물려받게 된다. 당시 3억 원이라는 돈은 상당한 돈이었다. 예상했다시피 전용술은 유흥, 주식 투자, 사채업등을 하다가 모두 말아먹고 아내와도 이혼을 하게 된다. 돈이 바닥난 전용술은 택시 운전을 했지만 돈을 그냥 막 써대다가 선배인 이 씨를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여러 번 수백만 원의 생활비를 받았지만 그의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씨가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자신의 사업자금을 대 달라면서 협박을 시작한다. 이것도 거부하자 이 씨에게 앙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가석방이 되고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든 돈을 탕진한 전용술은 선배 이 씨의 부인의 가게에 가서 칼을 들고 협박하다가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 씨는 경찰에 고소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고마워할 전용술이 아니었다. 그는 선배를 다시 만날 시간을 기다렸다. 그때가 7월이었다. 보이지 않게 칼을 숨기고 들어가서 기회를 엿보다가 이 씨를 살해한 것이었다. 범행 이후 10일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공개수배로 인해 8월 5일 창원의 한 공원에서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전용술은 검거 이후에도 "이 씨가 신의와 진실을 무너뜨려 자존심을 상하게 해 응징했다"도 말했다고 한다. 그에게 1심, 2심, 대법원까지 사형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여 지금도 감옥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전용술은 감옥에 있을 때 2011년 9월 고등학교 때 살해한 여자와 선배 이 씨를 살인한 경험을 담은 기록을 출간하겠다고 했다가 부산구치소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를 하여 나오지는 못했지만 일부 필자가 그 내용을 일부 읽어보았는데 글 한번 유치하고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필자가 항상 말하는 것이 있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는 것이다. 바뀔 인간이면 이미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도 쉽지 않은 것이 인간이다. 특히 근본이 잘못된 사람은 인정이나 도움 같은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로 그 관계를 끝내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방법이다. 대학교수였던 이 씨는 자신의 선의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누군가가 바뀐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그 사람과 오래 있어보지 않아서 그렇다. 그것이 부모나 형제자매, 남편, 아내, 친했던 지인사이라고 하더라도 같이 있어보면 전혀 안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그냥 바뀐 척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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