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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4. 2023

도박과 살인

도박문제로 다투던 연인을 살해한 청주 가요주점 사건

청주시의 중심이라고 하면 청주시청 임시청사와 충청북도청이 자리한 그 일대이다. 이 부근에 가면 숙박업소나 유흥업소가 즐비하다.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2018년이다. 이 사건은 도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 속에서 도박은 멋지게 한 탕하고 빠지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사건사고와 간혹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대로 결말이 아름답게 끝난 경우는 없었다. 영화 타짜는 한국스타일의 도박영화를 대표하면서 시리즈로 나왔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돈만 되면 부모와 자식, 남편과 부인마저 속일 수가 있다. 


도박을 하는 사람 중에 남성의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여성들도 적지가 않다고 한다. 남자 도박꾼과 여자 도박꾼의 성향차이는 있다. 남자는 나름의 자기 절제를 하면서 길게 빠져서 못 나오는 반면 여자의 경우는 비율은 적지만 한 번 빠지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 모습은 타짜: 원 아이드 잭이라는 영화에서 표현한 바 있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자신의 몸을 대가로 지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작은 노력으로 큰돈이 들어오기를 바라며 살아가지만 그런 행운은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도박 역시 마약과 동일하게 뇌를 완전하게 변화시켜 버리는데 세상은 어차피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며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면서 살게 만든다. 즉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예전과 같은 좋은 상황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절대적이기까지 하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청주시내에서 가요주점을 운영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남자인 A 씨(51)와 여자인 B 씨(47)는 같이 운영하면서 연인사이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자가 도박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같이 벌었던 돈과 남자에게 있었던 돈으로 여러 번 갚아주었던 모양이었다. 수천만 원의 빚을 갚아주고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지만 몰래 도박을 한 사실을 남자가 알게 되었고 심한 말싸움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시간에 걸쳐서 여성을 구타하고 실신한 여성을 강간한 후 불을 질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법상 결과적 가중범인 현주건조물방회치사죄의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으로서 살인죄의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보다 무거운데 여기에 실신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기에 강간이라는 죄목이 추가되었다. 결과적으로 매우 잔인하게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고 계좌등을 파악한 결과 여자가 도박에 빠졌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동안 여자에게 해준 것이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사라진 것에 대한 보복심리와 보상심리가 뒤섞였던 것으로 보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1)씨는 대법원까지 가서 30년형이 확정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고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상황에 적응하고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개인적으로 강원도에 글을 쓰기 위해 가다가 정선 쪽을 지나쳐 가보기도 했는데 그곳에는 한눈에 보아도 폐인이 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사람은 쉽게 변할 수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아예 위험한 길에 한 발자국도 내딛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한 사람의 도박과 그걸로 인해 모든 희망이 없어졌다는 한 사람의 잔인한 범죄는 그냥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인과 결과가 지독한 악연으로  끝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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