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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4. 2023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함께하기에 너무 먼 형과 동생이 만나 해결한 지구의 위기

형과 동생은 언니와 동생과의 관계는 조금 다르다. 언니와 동생은 서로 협조적인 관계와 함께 공감을 잘하는 한편 형과 동생은 묘하게 경쟁관계가 형성이 된다. 지금까지 아버지나 할아버지, 외할머니, 어머니의 관계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그런 느낌이다. 형이 형답게 동생이 동생다울 때 이들의 관계는 비교적 원만하게 유지가 된다. 가진 힘이 클수록 돈이 많을수록 형제는 반목을 거듭하며 결국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재벌들 중 형제들의 관계가 좋은 경우는 많지가 않다. 거의 대부분 남처럼 살아가고 있으며 역사 속에서 왕위다툼에서 형제간에 피를 불러 서로를 살해했던 기록들도 많이 남아 있다. 


아쿠아맨 두 번째 영화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틀란티스 왕국을 이끌 왕의 자리에 오른 ‘아쿠아맨’은 지구에 닥친 최악의 위협 속에 동생 옴을 찾아서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쥔 블랙 만타에 맞서려고 한다. 자매들은 형제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여자들은 서로를 보완하고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익숙하지만 남자들은 오랜 시간의 진화에서 같은 성에 대해 기본적인 거부감이 있다. 특히 형에 대한 동생의 도전은 10대에 마무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아쿠아맨에서 형인 아서 커리와 동생인 옴은 절대적인 대립관계에 있었다. 피가 섞이지 않는 순혈에서 태어난 동생은 인간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서 커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옴은 패배를 하고 감옥과 같은 곳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형과 동생의 관계는 끝나는 듯했다. 그 사이에 아서 커리는 왕이자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다. 평소에 자유롭게 사는 것이 익숙했던 아서 커리는 그 생활이 힘들기만 하다. 그러던 중 그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블랙 만타가 사라진 왕국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이 사라진 왕국 역시 아틀란티스 선대 왕과 동생의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 때문에 사라진 것이었다. 

블랙 만타는 흑마술의 힘으로 강력해진다. 영화 속에서 로스트 킹덤은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의 왕국을 닮았다. 이들이 강탈하려고 하는 에너지는 지구 속에 숨겨진 힘 방사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는 빠르게 망가지기 시작하고 과거의 기술이었지만 지금의 무기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아쿠아맨과 로스트킹덤에서는 왕위를 노렸다가 형에 의해 감옥에 갇힌 동생과 형과의 화해 혹은 둘의 간극을 줄여가는 브로맨스가 핵심이다. 옴은 형인 아서에게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남자들 간의 관계와 여자들 간의 관계는 너무나 다르다. 다른 이성이 볼 때 그 관계를 이해하거나 설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여자들 간의 관계는 서로를 보완하지만 남자들 간의 관계는 서로를 누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감옥에서 꺼내주었지만 옴은 시종일관 아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낸다. 왕의 자격이 있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아서는 그런 옴을 마치 놀리기라도 하듯이 대한다. 이들 둘은 강력한 적을 맞이해서 서로를 도와주면서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유쾌한 편이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가볍게 보기에도 좋고 조금 생각을 하면서 보려면 형제간의 이해와 오해 같은 것에 초점을 두고 보면 된다. 동생은 형을 왕으로 혹은 형으로도 인정하지 않다가 그가 걸어온 길도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형 역시 동생이 야욕만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 인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서는 육지생활이 낯선 옴에게 바퀴벌레를 주면서 바다의 새우라고 속여서 먹게 하기도 하는 등 놀려먹는 재미에 즐거워한다. 앞으로 DC Universe에서 어떤 세계관을 그릴지는 모르겠지만 아쿠아맨과 로스트킹덤은 가볍게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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