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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김밥

천년 고도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계란김밥

하나의 음식으로 가장 완벽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김밥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가볍기도 하지만 추억이 많은 음식이기도 하면서 개성을 드러내려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음식이다. 잘 상하기도 해서 신선도가 필요한 음식이지만 통영의 충무김밥처럼 재료를 나누어서 유통기간을 늘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많은 김밥을 먹어보았다. 이제 1,000원에 한 줄 김밥은 역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어버렸고 비싸진 몸값에 김밥을 사 먹는 것도 예전처럼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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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모시고 경주에 갔다가 경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김밥집을 찾아가 보았다. 분점도 있지만 본점을 찾는 즐거움은 맛의 고유함이라고 할까. 많이 유명해진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있을 정도의 김밥집이다. 상호명은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안다는 그 김밥집이다. 이 음식점은 1960년대에 구멍가게로 출발하여 유명세를 탄 것은 1980년대에 요정이 있었을 때 아가씨들이 즐겨 먹으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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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들이 많이 찾는 집은 자연스럽게 남자들이 찾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유명해진 음식점들이 적지가 않다. 대전에서 유명한 실비집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서 대전의 맛집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갖아 맛있는 김밥은 아이러니하게 밥이 가장 적게 들어가고 다른 내용물이 많이 들어간 김밥이다. 밥을 많이 넣는 것은 김밥의 제대로 된 맛을 내기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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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을 주문하면서 잔치국수도 하나 주문했는데 잔치국수는 그냥 평범한 맛이다. 김밥만을 주문하기가 애매해서 잔치국수를 주문한 것은 국물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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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김밥집은 계란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 김밥을 만든다. 한 번쯤은 맛보아도 괜찮은 음식점이지만 경주에 산다면 자주는 찾아가서 먹을 것 같지는 않다. 독특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김밥 중에서 계란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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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만한 잔치국수를 덜어서 먹기 시작했다. 필자가 김밥을 많이 먹을까 봐 그런지 어머니가 잔치국수의 면을 대부분 필자에게 주었다. 의도한 것일까. 같이 식사할 때면 주로 맛보다는 양이 많은 것을 주시는 편이다. 예를 들면 밥 같은 것을 나눠주신다. 굳이 손사래를 쳐도 꾸준하게 자신의 밥을 주시는 것을 보면 그 의도를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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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배가 부른 편이다. 김밥 하나를 입에 다 넣고 먹으면 꽉 찬 포만감이 든다. 양이 많은데 포장이 아닌 이곳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잔치국수를 꼭 주문해야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날이 추워서 야외 풍경을 보면서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날이어서 안에서 식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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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은 경주 최부잣집 인근에 본점이 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르는 보문단지에도 분점이 있다. 본점은 기본적으로 평일이 아닌 한 꽤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포장 외에는 판매하지도 않는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잔치국수가 싫다고 하신 날이었다. 국물만 조금 드시면 된다고 하시면서... 원래 잔치국수는 국물 때문에 먹는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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