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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8. 2023

미래의 살인자

영화 파로호, 조각조각 이어 붙이듯이 만들어지는 한국의 미래상

오래전에 미드로 배틀스타 갤럭티카라는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난다. 시즌4까지 나왔던 그 드라마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생존과 기계의 딜레마 등을 보여주는 SF드라마로 우주선에서 삶을 영위하는 4,000여 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정치적인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는 홀로 살 수도 없고 홀로 흐름을 바꿀 수가 없다. 인구 5,000만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호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의 문제이지만 사람들의 탐욕도 한몫을 하고 있다. 


4분기 출산율이 0.6명대를 예상하는 가운데 1년에 태어나는 출생아수가 16만 명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 조금 더 반등을 하더라도 1명에서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이미 태어난 사람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서 인구감소는 대세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너무 오래 살게 된 세대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옛날처럼 여러 명의 아이를 낳았을 때는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들의 부담이 적었다. 자식이 1명이나 그마저도 없는 부모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군대 간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파로호는 화천과 양구 두 지역에 걸쳐 있는 호수다. 북한강의 협곡을 막아서 만든 이 호수는 주변 경관이 좋은데 중공군 공세를 막아낸 육군 제6보병사단이 패주병을 쫓아 마침내 파로호에서 적에게 승리했다고 해서 사로잡은 오랑캐를 뜻하는 '虜'자에 깨뜨릴 '破'자를 붙여 파로호라 명명한 것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개봉을 했었다. 봉황이 날개를 펴면 구만리를 날았다고 하여 인근 마을 이름은 구만리였다는 곳도 있다. 효자소리를 듣던 한 남자가 결국 자신에게 지워진 짐을 이겨내지 못해 살인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은 간병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만 실제 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큰 짐이고 스트레스이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필자는 어릴 때 7년을 경험해 본 기억이 있다. 효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해야 되니까 했던 것이지만 노는 것은 고사하고 공부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국가의 생산력을 위해 태어나는 것만 독려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국가는 무엇을 위해 있어야 하는가. 말기질환, 치매, 장애등에는 모두 돈이 들어간다. 그 모든 부담을 개인의 책임으로 넘긴다면 그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은 더욱더 애를 낳지 않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도우는 치매 노모를 돌보느라 장가도 못 간 마을의 소문난 효자다. 하지만 노모가 실종되자 사람들은 그를 가장 먼저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일이 영화늬 주된 내용이다. 의심하고 지배하는 자, 의심받고 지배당하는 자속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모두 피해자이다. 치매가 걸린 어머니를 홀로 수년간 부양해 온 청년과 파로호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시종일관 어둡기만 하다. 

모두가 자신만은 잟살겠다고 각자도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면 몰릴수록 경쟁이 더 심화된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오히려 경쟁이 더 심화되고 사교육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이미 사람들도 알고 있다.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 말이다. 결국 특정 직업군에만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쇠락하는 지역은 계속 문제가 된다. 지방의 한적한 곳을 가면 알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정말 힘들다. 코로나19 이후에 지방 버스터미널은 거의 초토화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저출산, 미래의 간병이나 일자리등의 사회적 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이미 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가는 배에 올라탔으니 말이다. 대한민국호는 이미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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