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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31. 2023

충무공, 노량

죽음의 바다는 다시 살아나는 바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삶은 죽음이 되고 죽음은 삶이 된다. 우리 모두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 삶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 것조차 모르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얕고 심지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하더라도 고치지 않으려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자리가 가진 무게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역사를 막론하고 무게가 있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무능력할 때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었다. 작년에도 올해에도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순신을 다룬 삼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이기도 한 노량은 가장 정적이었고 고립무원이 된 이순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움을 찾으려면 알아야 한다. 알지 못하면 그것이 재미있는지 알 수가 없다. 노량은 인간 이순신에 대한 영화다. 마지막 해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순신이 겪어야 할 어려움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사람들의 죽음, 왜군에 의한 셋째 아들의 전사, 찾아가 보지 못한 어머니의 죽음, 자신을 모함하여 백의종군하며 아랫지방을 걸어 다니면서 느꼈던 참상등은 이순신을 아프고 힘들게 하며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일본 측의 계략이 조선 조정에 그대로 먹혀서 결국 이순신은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 백의종군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자리에 임명된 원균은 계속된 실책과 기생들과의 술자리로 휘하 장교들에게 신의를 잃어가게 된다. 조선 조성과 권율장군은 원균을 질책하고 자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한 원균은 조선수군을 거의 학살당하게 만든 칠천량으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이 시기의 일본군은 이순신에게 계속 연패했던 이유를 분석하고 있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세키부네를 이동하여 상대방의 배에 올라타서 백병전을 벌이는 형태였다. 


판옥선 1 척당 최소 세키부네 5척이 동시에 붙을 수 있어야 화포/총통을 무력화하면서 이길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순신의 전략은 이를 무력화시켰던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대형 선박인 아다케부네를 다수 건조하였다. 판옥선의 견고함으로 세키부네를 부수기 전에 방어를 한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화포를 쏘아도 버틸 수가 있었다. 게다가 이순신이 키우기도 한 조선 수군은 정예병으로 해전 경험도 풍부했기에 육군과 협동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게다가 이순신까지 삼도수군통제사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자신의 지휘 실패로 판옥선 20척과 병사 3천여 명을 잃었다는 소리에 도원수 권율은 원균을 크게 혼을 낸다. 화가 난 원균은 한산도에서 7월 11일 전군을 출정시킨다. 거의 쉬지도 못하게 배를 노군들은 저었고 ㅇ거의 완전히 탈진상태에 이르게 된다. 원균은 일본군의 끌어내기 전략에 그대로 끌려다니며 결국 7월 15일 거제도의 칠천량에 이르게 된다. 쉬지도 못했던 조선수군들은 최악의 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순신에게 연전연패하던 도도 다카토라, 와키자카 야스히로 등은 일본군의 배를 모두 이끌고 칠천량으로 향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심복이자 조선땅을 유린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도 육군을 이끌고 칠천량으로 향한다. 


훗날 이순신에게 노량에서 대패했던 밀명 귀신군대를 이끌고 있었던 시마즈 요시히로는 도도 다카토라 휘하에서 활약하며 칠천량해전에서 조선수군을 학살하는데 공을 세운다. 협공을 받기 시작했던 원균은 계속된 실책으로 일본군에게 완전한 봉쇄가 된다. 이 와중에 새벽에 전라 우수사 이억기와 이순신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충청 수사 최호는 일본군과 맞서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일본군이 모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전의를 상실한 원균은 막다른 골목인 진해만과 춘원포로 가서 배를 모두 불태워버리고 육지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스스로 모든 배를 불태운 원균과 조선 수군은 그 부근에서 학살당했는데 이때 칠천도에 딸린 작은 섬에는 피로 채워진 섬이라는 혈도(血島)라고 불려지게 된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명나라 수군은 일본군을 보내주려고 한다. 굳이 전쟁이 끝나가는데 희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조선수군이 궤멸하다시피 했지만 복위한 이순신으로 제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명나라 도독 진린은 명나라수군과 조선수군의 연합군을 이끌었다. 사천왜성에 머물고 있었던 고니시 유키나가는 죽음을 맞이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으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순신이 포위망을 풀지 않아 진퇴양난의 상태였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칠천량해전에서 큰 공을 세우기도 했던 시마즈 요시히로에게 구원요청을 한다. 앞에서는 시마즈의 수군과 뒤에서는 고니시가 협공을 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비추었던 것이다. 시마즈는 망설였지만 이순신이라는 거대한 적을 자신의 손으로 잡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순신은 일본군이 다시 쳐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패배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 말도 사실이었다. 정유재란이 다시 일어난 것은 그 때문이기도 했다. 명나라 진린을 비롯하여 심지어 조정의 중신들과 왕까지도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순신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계속 물음표를 던진다. 이순신은 시마즈가 움직일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시마즈와 고니시가 협공을 하면 승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선봉, 중군, 후발까지 포함한 시마즈의 함선은 500여 척이었다. 게다가 조선수군을 공략할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이순신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한다. 고니시를 잠시 묶어두기 위해 바다에 군대가 아닌 위장함대로 구성된 수많은 배를 띄워놓고 사천에서 출발한 시마즈 요시히로를 맞이하기 위해 나아간다. 공격할 포인트는 하동과 남해도 사이에 있는 노량이었다. 조선군과 명군은 노량의 앞바다의 대도라는 섬의 양쪽을 채우며 일본 선봉을 맞이했다. 전장상황을 할 수 없도록 밤과 새벽을 이용한 전략이었다. 이 영화를 본 어떤 사람들은 밤이라 보이지도 않았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기도 한다. 시마즈의 선봉은 이순신의 작전으로 인해 거의 궤멸되었지만 물길을 잘 알지 못해 남해의 먼바다에서 승부를 내려고 전군을 아래로 기동 하다가 전면과 양쪽이 막혀 있는 관음포에 이르게 된다. 이때 이순신의 함대는 입구를 막았다. 

갇혀서 모든 희망이 사라졌지만 죽기 살기로 시마즈 군은 명나라수군을 공략하면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명나라 수군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시마즈 군은 바다로 나아갈 때 이순신이 이끌던 수군이 허리를 끊으며 공격한다. 해가 뜨기 시작할 때 속았다는 것을 알았던 고니시 군도 노량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에서 이들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시마즈 수군은 이순신에 의해 그 형태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순신이 이끌고 있었던 조선 1군은 이들과 치열한 난전을 펼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사하게 된다. 삼도수군통제사의 배는 왜군들의 배로 포위되었지만 결국 시마즈 요시히로를 압박하는 데 성공하였고 시마즈는 작은 배로 옳거나고 탈출에 성공했다.  일본에서 시마즈는 "요시히로가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일본 하나 집어삼키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평가받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때 이순신은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시마즈 수군이 대패하는 것을 보고 일본으로 배를 돌린다. 시마즈는 1598년 사천전투에서 단 7천여 명으로 조명연합군 4만 명을 격파하기도 하며 사천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사천만은 일본군의 전략적 거점이며 지금 일본의 중요한 상품이기도 한 도자기와 각종 전략물자를 빼나 가기 위한 곳이기도 했다. 노량에서 이순신에게 패하기 전까지 시마즈는 최고의 무장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이순신은 죽었지만 오랜 시간 외침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열리게 되는 강화도조약이 있기 전까지 한반도에는 평화가 있었다. 평화가 좋지만 그 평화는 오히려 더 큰 패배를 만들어낸다.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들로 인해 조선은 안에서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사실 일제강점기는 조선의 임금과 세도가들에 의해 그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힘없는 평화는 의미 없는 외침이며 전쟁은 어떻게 끝내느냐에 다라 미래가 결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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