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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3. 2024

삶은 항상 오르막이다.

하고 싶은데 못하는 일과 할 수 있는데 하고 싶지 않은 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날 유용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것들은 과거에는 무용한 것들이었다. 무용한 것과 유용한 것에 대한 구분은 때론 의미가 없을 때가 있다. 더 많은 언론과 미디어가 쉽게 살 수 있다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오르막이 끝나고 평탄한 길이 펼쳐지는 것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올라왔던 것이 아까워서 그 길만 고집하기도 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겪는 일중에 하나가 바로 오르막 자체를 올라가지 않으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오르막을 보지 않고 혹은 오르막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힘들게 올라온 오르막을 내려와서 손을 내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오르막을 올라갈 수 있도록 모노레일을 만들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사람은 익숙한 것을 볼 때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짧게 간다고 느끼고 낯선 것들을 보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낯선 것들에서 느끼는 시간의 지연을 못 견디게 된다. 가보지 않았던 길로 여행을 가면 무척이나 지루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시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뇌에서 처리하면서 과연 이 길이 괜찮은건지 맞게 가는건지 혹은 안전한지를 열심히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은 공평하지 않게 지나간다. 뇌는 아주 빠르게 움직이면서 압박을 주기 때문에 피곤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2007년에 개봉했던 아담 샌들러와 케이트 베킨세일의 영화 클릭은 삶의 오르막을 빼버리고 걷기 좋은 평평한 길을 걸으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정과 자신의 일에 치여살던 건축가 마이클은 여러 기기를 하나의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만능 리모컨’을 얻게 된다. 리모컨 클릭 한 번으로 지루한 시간은 빨리 감고, 기억은 되감고 유쾌한 인생개조 시작은 처음에 즐거운 인생을 살 것 같았지만 인생은 엉망이 되어가면서 하고 싶지 않고 때론 넘어갔으면 하는 그 과정이 있었기에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등산을 할 때도 항상 오르막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올라가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정상에 올라가게 된다. 남들과 다른 목표를 가지고 K2라던가 에베레스트를 올라가려는 사람들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냐고 물으며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산을 내려오는 것은 다시 올라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오르막처럼 보이는 길을 올라가는 것은 저 너머에는 평평해보이는 구간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삶은 그대를 속이듯이 올라가보면 그 길은 도깨비도로처럼 내리막처럼 보이는 오르막길이다.      


어릴 때 혹은 젊을 때 했던 사랑에 대해 마치 무용담에 대해 늘어놓기도 한다. 사랑과 관련된 책도 나와 있지만 가장 정확한 답을 내놓는 수험서가 없는 시험이 사랑이다. 사람을 새로 만날 때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까다로운 수험서가 매번 발간이 된다. 물론 수험서가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그런 사랑을 쿨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쿨하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다는 의미는 그만큼 사람의 결을 제대로 맞추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너무나 효과가 좋지만 접착력이 무척 좋은 파스가 있다고 하자. 그걸 떼려면 고통이 따르게 된다. 다리의 털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런 고통 따위는 매끈한 다리를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사랑은 사람에 대한 오르막길에서 가장 힘든 과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본인이 성장을 해야 그 실체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자기 내부의 세계를 보여주고 또한 자신을 생각하지 못했던 길로 이끌어가는 용기이기도 하다.      


삶의 중요한 목적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게 된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때 생각했을 때 그것이 최선이었고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아니라도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때는 그 정도 밖에 볼 수 없었고 생각의 깊이도 깊지 않았으니 말이다. 열심히 오르막을 올라간만큼 대가를 받을 것이라는 공정함이란 때론 허구에 불과하고 주도면밀하게 관찰을 했더라도 그 역시 편파적일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얻는 모든 경험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살아가다보면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잘 구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때론 반대로 하면서 생각지도 않은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힘들게 올라갔던 그 길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다시 아래의 갈림길로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아무도 그 길이 지속될지는 알지 못한다. 깨닫고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않는 이상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해야 다시 내려오지 않겠지만 그건 올라가봐야 볼 수가 있다. 차라리 전혀 알 수가 없으면 멈추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행인 것은 삶은 항상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힘든 짐을 지운다는 것이다. 뒷동산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 정도의 허벅지 근육을 소유한 사람에게 K2를 올라가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계속 오르막을 오르는 이유는 삶에 목적이 있다고 희망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었다고 해서 사람이 불사신이 될 수는 없다. 사랑의 문턱에서 주저하지 않고 죽음의 문턱이 있다고 생각될지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힘은 여전히 그곳에 무언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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