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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3. 2024

사랑방 (舍廊房)

겨울 어느 날 오래된 고택의 사랑방에서 마셔보는 수다

개방되어 있는 공간에서 손님을 맞고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이야기하며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 이웃과 대화를 하는 것조차 어색한 요즘 오래된 고택에 있는 사랑방은 사람사이의 온기가 왜 필요한지 느끼게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고택이 사라졌지만 지역마다 유명한 고택이 한 곳쯤은 남아 있고 열린 카페공간으로 활용되는 곳들도 있다. 청양군의 방기옥 고택이 그런 곳 중 하나다. 

청양군의 방기옥고택을 처음 찾아가 본 것이 10년도 훌쩍 넘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 찾아가서 후손분이 내어주는 따뜻한 차 한잔을 인연으로 매년 한 번은 꼭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고목이 고택의 담장을 지탱해주고 있다. 나무가 수백 년을 넘어가게 되면 중간부터 썩어서 비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전자를 주변으로 확장해 가면서 새로운 줄기들이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 다큐 같은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는지 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터치는 빚쟁이 실업자로 전락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10년을 거치고도 데뷔에 실패한 연습생이 만나 다시 꿈을 찾아가고 뜨겁게 사랑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였다. 

앞의 카페에서 주문을 한 다음에 이곳에 들어가서 비어있는 방에서 다과를 즐길 수가 있다. 한옥의 특징이라면 바로 자연 순응형 설계다. 기본적으로 건축물의 방향을 태양 쪽으로 향하게 하는 남향설계라던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한 온도 조절, 단열 유리, 통기, 태양열 설계 모든 것이 자연 순응형 설계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대부분의 한옥은 사랑채, 안채, 정자, 광, 부엌, 마당이 있으며 마당에는 小자연을 담아놓고 있다. 인테리어를 해본 사람들도 알겠지만 집의 바닥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 짧은 널을 가로로 긴 널을 세로로 놓아서 우물 정자모양으로 짠 것이 우물마루로 한국의 경우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가 뚜렷해서 수축과 팽창이 일어나니까 이런 한국기후에 적당해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솔직해지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말하려는 화자의 의도와 달리 왜곡되어 전달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악용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고택과 같은 따뜻한 온기가 도는 곳은 그런 솔직함을 담아 대화를 해도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방기옥고택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에는 널찍한 마당이 조성이 되어 있다. 마당에는 나름 언덕도 있고 조명도 설치가 되어 있어서 밤에도 분위기가 괜찮다. 

한반도가 그렇게 크지 않은 나라라고 하지만 주거양식에도 변화가 있다. 중부지방은 방기옥 고택처럼 'ㅁ'자형 배치가 많지는 않다. 겨울에 추운 북부지방에서 열 손실이 줄어들게 하기 위해 실내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중부지방은 'ㄴ'자형의 구조가 많다. 

음료를 주문하고 안으로 들어오면 3~4명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까지 허약해지는 이맘때, 충남 청양을 찾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즐기고 쌍화차를 주문하고 난 다음에 보약 같은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쌍화탕의 쌍화(雙和)는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맞춘다는 뜻으로, 대표적인 보음(補陰) 약재인 숙지황이 들어 있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모두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를 아무렇지 않고 아무 데나 써버리는 사람도 있고 그냥 무의미한 것에 쓸 수가 있다. 창조적인 힘을 가진 사람들이 멈추어서게 되면(보통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그 에너지가 추진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곳을 파내기 시작한다. 심연을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퍼올리는 생각의  물은 통찰력의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다. 사랑방에서 올해도 자신에게 응원의 말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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