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간의 기록, 살인

서울 송파 가락동 이별살인을 계획한 한효준

그녀는 결국 나를 버리는 선택을 했다. 그렇게 다정하게 설득도 하고 집 앞에 가서 기다리고 모든 것을 다해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외면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선을 다한 내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부모에게 알리고 더욱더 멀리하기만 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빠와 엄마와 붙어 다닌 것이 수십일이 지났다. 이제 선택을 해야만 했다. 나에게는 오직 그 선택 외에는 방법은 없다. 

스토킹을 통해 살해까지 이르는 사람(주로 남성)을 보면 공통점들이 있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전과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일정한 취미도 없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거의 단절된 경우가 많다. 초기에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게 목표는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그렇게 얻고 나면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 사람에게 집착을 한다. 인생의 목표는 단 한 사람에게 향해 있다. 

앞서 말한 사람은 일명 서울 송파구 가락동 이별살인으로 불려지고 있는 한효준 사건이다. 제대로 된 직업이 없었으며 쇼핑과 관련된 일을 약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귀기 전에 자신을 은행원이라고 소개하였다고 한다. 지인의 소개로 고 김정은을 만난 것은 2015년이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줄듯이 그녀의 환심을 사고 매일 그녀를 출퇴근시켜주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직장이 있는 사람이나 자신의 일이 바쁜 사람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이상할뿐더러 정상적이지 않다. 물론 그런 걸 사랑의 지표로 여기는 여성분들도 있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일부 여자에 미친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전문적인 일이 있는 사람이 여성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용납하지도 않는다. 사귀는 사이나 부부관계에서 살해까지 이르는 남자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할수록 자신이 빨대를 꽂아놓은 여자를 놓치려고 하지 않는다. 한효준의 부모는 어느 정도 재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한효준은 그곳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3년 만에 돌아와서 홀로 살았다고 한다. 

청소년시절부터 홀로 살아가면서 사회화과정을 거치지 못한 한효준은 점점 괴물이 되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가정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기초적인 사회화과정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이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긴 사람을 온전하게 가정에서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인가. 가족 중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온 가족이 오랜 시간 고통을 받게 된다. 

한효준이 했던 거짓말을 알게 되고 외부활동에 대해 심각한 집착과 함께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자신에게 340여만 원을 빌리는 것을 보며 이별을 말한다. 그렇지만 한효준은 이별할 마음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끝도 없는 전화와 문자 등을 하면서 53일간 그녀의 집 앞에 가서 기다리기도 한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자신의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아빠는 딸을 출근시켜 주고 엄마는 딸이 퇴근할 때 마중 나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효준의 차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괜찮다고 생각한 아빠는 오래간만에 운동을 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다가 한효준을 만나게 된다. 

한효준에게는 칼이 들려 있었다. 집으로 밀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녀가 재빨리 밖으로 도망쳐서 주차장까지 도달했지만 넘어지고 만다. 넘어진 그녀에게 한효준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한다. 아파트 관리직원이 도착했지만 이미 살아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약 10개월 동안 만난 한효준과 그녀는 31살로 동갑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고 혼자 살 수 있는 능력도 없었던 한효준은 오로지 그녀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잘못되었으면 정신병적인 집착에 빠져 있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녀가 버렸다고 생각했던 남자의 종말은 무기징역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