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위험한 양날의 검이다.
공허한 십자가는 꽤 오래전에 읽어본 소설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죄가 있다면 벌이 있고 벌을 받았다면 죄는 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우리 사회는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굴러가지 않고 모순 투성이기에 온갖 사회문제가 야기된다. 공허한 십자가는 한 가족의 비극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법의 집행이 한국보다 더 엄격한 일본에서는 저연령이라고 하더라도 법의 엄중함의 잣대를 적용하기도 한다. 후미야, 사오리, 나카하라, 사요코, 하나에 이들은 모두 운명의 사슬에 얽혀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피해자 가족들은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는 사형에 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통계가 있다. 사형에 처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 않지만 공허한 십자가라도 그들에게 짊어지게 만들어줘야 공정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한 부부는 딸을 잃어버리고 나서 그 아픔을 잊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오래전에 헤어진 사요코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나타카 하라는 덤덤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무언가 찜찜한 것이 있다. 오랜 시간 지나고 나서 작가로 변신한 X와이프 사요코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보아온 세상을 보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면 절대적인 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인간의 유약함과 상황이 악인으로 몰아가는 것을 독자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난 당신 남편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겠지요. 지금의 법은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하니까요.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돼요. 당신 남편을 그냥 봐주면 모든 살인을 봐줘야 할 여지가 생기게 돼요.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