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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7. 2024

브런치 9주년

글 7,119개, 방문자 1,200여만 명, 이동 거리 33만 km

필자가 우수블로그로 불리던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브런치도 운영을 시작한 것이 2015년이었다. 필자의 브런치 시간은 카카오가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것과 거의 같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같이 발걸음을 해왔다. 올해 6월 정도가 되면 만 9주년이 된다. 전국의 수많은 곳을 소개했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으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사실 세상의 모든 생산적인 것에 관심이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글의 수는 7,119개이니 브런치에 쓴 글은 하루 평균 빼놓지 않고 썼을 때 하루에 2.2개씩 쓴 셈이다. 


글을 그렇게 썼는데도 불구하고 글은 항상 어려웠다. 회사생활을 20여 년 정도 했는데 회사업무는 글에 비하면 너무나 수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업무의 난이도는 직종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사람과의 관계가 신경 쓰일 뿐 적어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자기 발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각종 과제보고서와 수행평가, 논문, 기획서, 사업계획서등은 정해진 틀이 있고 어차피 공개된 기술에 기반하여 기술하면 된다. 

2024년 1월 16일 기준으로 총방문자가 1,160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적어도 글에 의미를 두고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글이 의미 있고 많은 사람이 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 9년이 못 되는 시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닌 이동 거리가 33만 킬로미터쯤 된다. 개인적으로 살아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사람들은 이동하지 않은 채 혹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채 TV나 유튜브, SNS 또는 지인의 해준 말을 듣고 주관적으로 판단해 버린다. 어떤 신뢰 있는 미디어라고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해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왜곡이 일어난다. 그 왜곡이 실체적 진실을 얼마나 훼손하느냐의 차이다. 의도적으로 진실을 다른 모습으로 둔갑시키는 언론들은 너무나도 많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글을 쓰기 전에 논어에서 말하는 것들이 겉돌았고 맹자가 주장하는 것이 옛날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책은 어릴 때부터 계속 읽어왔지만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아예 결이 다르다. 객체로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속에 아픔과 고통 혹은 비겁함도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자격증수험서나 각종 시험처럼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쉬울까. 정답이 있고 해결책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노력의 영역일 뿐이다. 


예전에 굳건하게 옳다고 생각했던 것과 옳지 않은 것에 대한 선이 더 모호해진다. 인생을 하나의 선으로 확 그어버리는 것은 사람들이 하는 가장 대표적인 실수다. 방향성만 정해져 있으면 흐린 선으로 계속 그어가면서 그 중심점을 찾아가면서 실루엣이 점점 명확해지는 것이 삶이다. 분명히 어떤 시기에 그 길을 확신할 수는 있다. 그렇게 진하게 그어진 선은 아무리 지워도 흔적이 남는다. 지워진 흔적은 계속 후회로만 남게 된다. 아무리 디테일한 그림을 그렸다고 하더라도 그 흔적은 완전히 덮을 수는 없다. 물론 현실에서 새로운 종이에 새로 그리면 된다. 그렇지만 인생은 다시 태어나는 방법뿐이 없다. 

아무리 어려운 난제라고 할지라도 설루션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는 아니다. 정답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람의 인생에서 풀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 이미 지나가버렸던지 자신이 풀 수가 없던지 다른 사람과 관계되어서 혼자서 할 수가 없는 문제다. 이건 자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브런치에서 걸어온 과정을 보면 반환점을 돌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아직도 계속 오르막길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자신을 만족시켜 주는 것도 잠시에 지나지 않고 다시 변화무쌍한 불안이 찾아온다.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자존감을 무너트리는 것도 자신이다. 자신의 가치를 가볍게 만드는 것도 자신의 가치를 묵직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은 본인이다. 언젠가는 브런치 20주년이라는 글을 쓸 때가 올 것이다. 항상 새로운 변화 속에 색다른 색채를 넣어서 글을 쓸 것이고 걸어갈 것이다. 말보다 정제된 글은 한 사람의 생각과 태도와 삶의 색채가 묻어나는 인생의 사실화다. 사실화는 완성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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