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영화 플래툰, 아버지에 대한 기억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본격적으로 연구가 된 것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사람들이 미국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외상의 종류에는 전쟁, 자연재해, 교통사고, 화재, 타인이나 자신을 향한 폭력과 범죄 등이 있을 수 있다. 환자가 원치 않아도 반복적으로 사건이 회상되기 때문에, 환자는 다시 기억나는 것을 회피하려고 애를 쓰면서 고통 속에 평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외상장애를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것을 넘어서 사회의 큰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생겨난다.
베트남 참전 용사의 약 3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했다고 하는데 일부에서는 50%를 넘는 비율이라고도 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사람들 중에 고엽제 피해를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본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벤조다이아제핀 수용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기능 등이 연관이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 플래툰은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완전히 망가져버리는 군인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영화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만이 어쩔 수 없이 전쟁터로 끌려나가는 것이 불합리함을 깨닫고 참전을 결정할 만큼 정의를 중시하는 인물이었던 크리스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곳, 비로소 알게 된 지옥보다 잔혹한 지옥의 참상. 전쟁터의 살벌함과 비정함으로 인해 스스로의 삶을 점점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살인자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을까. 그냥 살아있는 존재를 죽인다는 그 사실은 사람을 무감각하게 다른 사람을 해할 수 있게 하는 모습으로 바꾸어버린다. 필자의 아버지 역시 베트남전에 참전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던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의 인성을 파괴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교육받고 그대로 행했던 그 모습은 가정에서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1986년 베트남 전쟁 영화. 지옥의 묵시록, 후술 할 풀 메탈 재킷과 더불어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들 중 최고의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영화적인 완성도도 뛰어나고 보면 볼수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에서 발목에 총상을 입었던 아버지는 늦게나마 문재인 대통령 때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았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두 분 모두 국가유공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늦게나마 신청한 것이지만 유산은 그렇게 남아 있다. 국가와 개인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삶과 가치를 중요시해야 할까. 정치에 물어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