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걸어보는 간월과 어반 스케치에 대한 단상
자신의 일상의 기록을 꾸준하게 남기다 보면 자신만의 이야기가 채색하듯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1990년으로 돌아가보면 충남의 서산시는 서산군이었다. 그 해에 서산(瑞山) 명물로 널리 알려진 看月島 어리굴젓 홍보 방안의 하나로 `어리굴젓 기념탑'을 서산(瑞山)군 부석(浮石) 면 看月島리에 건립키로 했었다. 看月島 입구 부지 6백여㎡에 높이 10m 규모로 세워질 이 기념탑은 오는 10월 착공, 연내 완공예정으로, 기단에는 청동으로 조각된 굴을 따는 여인들의 모습이, 두 개의 탑신 상단에는 굴껍데기 모양의 조각품이 만들어졌다.
바다가 면해 있는 곳의 여성들의 삶은 매일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된다. 생활력이 강하기도 하지만 여자들과의 이야기도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간월도라는 지역의 담수호는 대단위 간척사업으로 서산(瑞山). 태안(泰安). 홍성(洪城)등 3개군에 조성된 천수만 A.B지구로 1만 5천5백94ha(A지구 9천7백76ha, B지구 5천8백18ha)의 간척지를 조성하였다.
간월암이라는 곳을 가보면 여성들의 모습이 상으로 잘 표현이 되어 있다. 마을 공공사업으로 굴양식장과 바지락양식장을 조성하여 많은 수산물 소득을 올린 것이 지금도 이곳의 맛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굴을 대소쿠리에 담아 바닷물에 여러 번 흔들어 씻은 다음 나무로 만든 통에 굴과 소금을 버무려 짭짤하게 둔 다음 밀가루를 엷게 타서 풀물을 만들거나 쌀뜨물을 끓여 식힌 뒤에 햇볕에 말린 고춧가루를 풀어서 2, 3시간 놓아두고 10 여일쯤 지나면 먹을 수가 있다.
어리굴젓은 바다의 맛이며 소금을 적게 사용한 간을 의미하는 얼간을 사용하여 얼간을 한 굴젓, 그 표현이 어리굴젓으로 되어 불려지고 있다. 임진왜란 이후에 고추가 적극적으로 음식에 활용되었으니 어리굴젓의 역사가 600여 년 이상이라고 볼 때 전에는 하얀 젓갈로 만들어서 먹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질 반질 빛이 나는 굴은 그대로 짠맛을 간직하고 있다. 서산에서 학창 시절을 한 사람들이라면 어리굴젓에 대한 이야기를 지겹도록 들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어리굴젓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 지금도 서산에서 거주하면서 서산의 맛을 지켜나가고 있다. 바다를 TV에서만 보았던 어린 시절 아주 멀리 있는 상상 속의 공간이기도 했었다.
어떤 도시나 풍경을 가볍게 그리는 어반 스케치는 가브리엘 캄파나리오라는 사람에 의해 2007년쯤에 만들어진 운동이라고 한다. 어반스케치의 드로잉은 여행지와 살고 있는 장소, 주변의 이야기를 담으며 개성 있게 그릴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하고 있다.
어리굴젓의 색채가 묻어 있는 간월도에는 스카이워크가 만들어져 있다. 어떤 지역을 스케치하는 것은 배우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스타일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카이워크에서 간월암을 바라보니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바다의 풍경과 어울리는 간월암은 어반스케치하기에도 괜찮은 대상지다. 날은 좀 흐렸지만 푸른 바다의 위로 떠 있는 간월암은 동화 속의 장소처럼 보인다.
서산 간월도가 있는 곳에는 철새들도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좋은 사람과 따뜻한 커피 한잔이 어울리는 날이다. 어리굴젓과 같은 맛이 내면의 감성적 조형이라면 풍경을 그리는 것은 시각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이기도 하다.
글로 머릿속의 세상을 만들어가면서 연필로 보이는 것을 그려보는 것이 어반 스케치의 매력이기도 하다. 가볍게 그려보면서 다른 문화, 커뮤니티, 공간과 공간의 융합은 현장성을 살리면서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삶과 세상을 만들어내는데 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