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스토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27. 2024

청주를 시체로 빚다?

백화양조 술통에 빠져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여고생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부가가치세이지만 광복 이후에 오랜 시간 소비재에 부가가치세는 붙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최초로 제품에 부가가치세가 붙은 것은 1978년이다. 그해에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이미 이름이 너무 많이 알려진 군산 여고생 김애정 양 사건이다. 군산에서 김애정은 외모가 이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일찍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웠던 모양이었는지 당시 군산을 넘어서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백화양조의 계열사 사장의 아들인 강군과 만남을 시작하였다. 


이때 둘의 나이는 18살이었지만 성관계도 자주 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부잣집 아들과 만나고 있어서 자신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목을 끌던 김양은 여러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없는 이야기도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조금이라도 무언가 발을 디딜 것만 있으면 소문을 퍼트리는 것도 아무렇지 않아 한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은 그런 허세가 더 심한 것도 사실이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롯데주류가 선물용 청주 제품을 한상 선보인다. 73년 전통을 지닌 대한민국 대표 청주 '백화수복'을 명절 선물용으로 내놓는 것을 쉽게 기사로 접할 수 있다. 백화수복은 오래 살면서 길이 복을 누리라는 뜻을 지닌 청주로 아마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국산 쌀을 100% 원료로 사용했으며 저온발효 공법으로 청주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 백화수복을 만들던 곳이 바로 백화양조라는 곳이었다. 1945년에 회사를 세워서 청주생산을 하면서 1964년에는 소주공장과 1972년에는 백화 인삼주와 양주 등까지 팔면서 대기업정도는 아니지만 중견기업을 넘어서는 반열에 올라가고 있었다. 그 회사의 계열사 사장의 아들이었으니 얼마나 세상이 만만해 보였을까. 강군과 김양의 태어난 해는 1960년으로 추정이 되는데 김양이 많은 남자들과의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가까운 친구조차 누군가와 잠자리를 했다는 이야기를 강군에게 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강군은 그녀를 불러내어 추궁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1978년 4월 8일 새벽 과외를 받으려고 가던 그녀와 약속을 잡은 강군은 백화양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공장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어떤 식으로 추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에 강군이 자백한 것은 추궁을 하자 자신이 누군가와 잔 것을 확인해 보라며 스스로 옷을 다 벗었으며 그래도 계속 추궁하자 치욕스로운 자신의 감정에 못 이겨 실신하자 당황한 나머지 숙성을 하고 있는 큰 술통에 넣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진술은 어디까지나 강군의 진술이었다. 


결국 큰 술통에 빠져 김양은 익사를 하게 된다. 사람 하나를 잘못 만난 이유로 인해 꽃도 피지 못하고 한 사람이 엽기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돈을 엄청나게 쓴 덕분에 강군은 사람을 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단기 2년 6개월에 장기 3년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역사상 최초로 거짓말탐지기를 도입한 수사 기법을 사용한 사건이었다. 백화양조는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주간경향과 여론등에서 시체를 숙성한 술을 백화양조가 판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백화수복과 다양한 술을 제조 판매하던 백화양조는 두산으로 인수되었다가 이후 롯데주류로 인수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사망했던 군산의 공장은 롯데칠성음료의 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강군은 살아 있다면 6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73년 전통의 백화수복은 조상들이 사용하던 대로 엄선된 쌀로 정성껏 빚은 제품일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조금 있다는 기업의 2세 혹은 3세들의 보이지 않는 엽기적인 행동과 각종 구설수에 올라간 소문들은 최대한 언론을 막은 결과이기도 하다. 돈으로 사람을 가치평가하는 것이 익숙해진 채 자라온 수많은 사람들이 범죄를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월가의 탐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