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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30. 2024

1012년

경주의 옛 중심지였던 경주읍성에서 미래를 밝히다.  

KBS에서 오래간만에 사극다운 사극이 방영되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려와 거란과의 전쟁을 다룬 대하사극에서 주인공이 되는 임금은 현종이다. 왕이 될 위치는 아니었지만 어쩌다가 왕이 되어 국난의 상황에서 고려를 이끌어가는 현종이 한숨을 돌린 것은 1011년이다. 거란이 물러나고 아래에서 개경에 환궁한 현종은 1012년부터 전국적으로 재정비를 한다. 그리고 거란과의 밀고 당기는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게 된다. 

수학여행을 경주로 간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다지 인상 깊게 남는 곳은 많지가 않다. 대부분 신라시대의 흔적을 방문했기 때문에 신라만이 남아 있지만 그 시간만큼 오랜 시간은 경주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이곳 경주읍성을 중심으로 운영이 되었다. 

그 중심이 바로 경주읍성이다. 앞서 말한 경주 8대 현종이 개경에 환궁한 1012년에 흙으로 축성한 이후에 계속 증축과 보수를 반복하다가 고려 32대 우왕 4년 (1378년)에 석축으로 다시 쌓았던 곳이다. 고려시대에는 동격유수관, 조선시대에 경주부아(慶州府衙)가 안에 있었다. 이후 영조 22년(1746)에 다시 개축되었는데 당시 둘레가 약 2.3km로 성문으로는 동쪽에 향일문, 서쪽에 망미문, 남쪽에 징례문, 북쪽에 공신문이 있었다.

이곳이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일제강점기와 근현대 시기에 도시개발로 인해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역 사람들이나 경주에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경주읍성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역사문화와 행정의 거점기능을 회복하면서 경주의 옛 모습을 갖추기 위해 2009년 복원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복원을 해왔다. 2014년부터 2018년 9월까지 동문인 향일문과 동성벽 324m 구간을 복원한 것을 비롯하여 곳곳에 손길이 닿고 있다. 

경주에 읍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경주에 사는 사람이나 인접지역에 사는 사람 말고는 많지가 않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성벽복원과 치성 4개소 설치, 여장 347m 정비 등과 함께 동성벽과 북성벽 215m 구간을 추가로 복원할 것이라고 한다. 

경주읍성 복원사업은 거의 3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 사업이다. 2030년까지 성벽 1.1km를 다시 세우고 치성 12곳과 문루 2곳 등을 복원이 되면 앞으로 경주로 수학여행을 오게 되면 이곳도 코스 중에 꼭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12년이라는 해는 고려에게 어떤 한 해였을까. 귀주대첩이 있었던 1019년까지 7년이라는 시간을 벌은 덕분에 현종과 강감찬은 28년에 걸친 고려와 거란전쟁을 마칠 수가 있었다. 거란은 흥화, 통주, 용주, 철주, 곽주, 귀주 등의 6개 주를 빼앗으려고 했지만 외교로 적당하게 무마하면서 버틸 수가 있었다. 

경주의 읍성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지방행정에 여유가 있었다는 의미익도 하다. 통일신라의 고도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는 대부분 신라왕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어서 행정중심의 역할을 할 곳과 방어성으로서의 역할도 필요했었다. 

경주읍성으로는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올라가서 성벽을 돌아볼 수가 있다.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무너진 성곽처럼 보존만 된 곳은 아니어서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경주는 고려나 조선에서 중요한 지역이었다. 지금으로 친다면 서울, 부산, 인천에 준하는 행정의 무게를 가진 곳이었다. 고려시대에 평양, 한양, 경주에 종 2품 외관직인 부윤이 근무를 했으며 조선시대에는 한성, 전주, 함흥, 광주, 의주, 경주에 부윤이 근무를 했다. 오늘날 차관급이나 광역시의 시장정도의 무게라고 할까. 

1012년, 2012년이 지나가고 3012년이 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오게 될까. 도시의 이름이 지금과 전혀 다를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가 어떤 식으로 이어지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이지만 경주라는 도시가 신라도읍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주를 만들게 한 중심에는 경주읍성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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