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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6. 2017

작가의 인생

토지의 작가 박경리 

작가란 무엇인가. 

작가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세상을 창조하면서도 외로운 길을 걷는 사람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많이 팔려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되면 그런대로... 배고프게 살면 그렇게 사는 대로 사는 것이 가시덤불을 걷는 사람이다.  남들과 다른 꿈을 꾸며 나이를 먹어도 뇌는 늙지 않는 작가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살기에 그 흔적이 남는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전국에 세 곳이다. 토지를 집필했던 원주와 그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 묘소가 있는 통영이다. 한 곳에는 박경리 기념관이 만들어져 있고 다른 한 곳에는 상상했던 그대로의 주인공 집이 세트장으로 혹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통영에 박경리 기념관이 있기는 하지만 쉴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세 곳 모두 가보고 글을 쓴 사람으로 작가의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8년에 타계한 박경리는 문학가이면서 인간의 내면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본 사람이기도 하다. 진주여고는 진주에서 여자 인물이 많이 난 학교로도 유명하다. 진주의 예술가 이성자를 비롯하여 박경리 또한 진주여고 출신이다. 박경리는 한국전쟁 당시 남편이 납북된 후에 딸과 함께 생활해왔다. 박경리는 한반도에 사는 민초들의 아픈 삶을 몸소 체험하고 그중에서 여성이 가장 비극적인 운명을 눈으로 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소설에서는 여성의 비극적인 운명이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 있다. 

그녀의 대작 토지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그녀의 상상력이 만든 인물들이다. 토지를 집필할 당시 그녀는 개인적으로 고난과 시련을 겪었다. 지금까지 이름난 작품을 남긴 작가들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다. 내면의 그 아픔과 고통을 겪지 않고 작품을 남긴다는 것은 공상일 뿐일까. 

4대에 걸친 집안의 대소사와 그들의 운명을 그린 소설 토지는 1969년부터 쓰기 시작해 1994년 5부 16권으로 완간된 대하소설이다. 하동의 지주 계층이었던 최씨 일가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조선 말기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를 그리고 있다. 양반의 몰락은 이미 임진왜란 이후에 가속화되기 시작했지만 신분제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고종 말기이다. 농업은 천하의 살아가는 근본도 그때 무너진다. 상업과 공업이 대두되고 지세 좋은 악양면 평사리의 전통적 지주 최참판과 소작농과의 각종 사건이 얽혀 그려진다. 

여성작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브론테 자매이다. 샬럿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로 이들은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수많은 글을 썼고 실패했다. 그리고 초기 작품들은 그 누구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여성작가들은 철저하게 무시되던 그 시대에 살았던 그녀들은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이라는 길이길이 남을 작품을 만들어냈다. 막내인 엔 브론테도 작품을 쓰긴 했으나 언니들 작품에 비견할만한 작품은 쓰지 못하였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머물면서 박경리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해갔다. 특히 오늘날 작가의 삶은 평탄치 않다. 책을 쓰는 것은 고통스럽고 지루한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다. 다행히도 박경리에게는 딸이 있어서 그 작품세계를 피드백할 수 있었고 브론테 자매의 경우 서로의 작품을 비평해주고 읽어주며 발전해 나갔다. 

가상인물이지만 하동에 있는 최참판댁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마치 실제 인물이 살았다고 해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사람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느낌이다. 동시대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여성작가로 제인 오스틴이 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을 집필한 그녀는 첫사랑에 실패한 이후에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어쨌든 그녀 역시 오랜 습작 기간을 거쳐 그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는 온전하게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좋은 한옥과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지만 모든 작가들에게 이런 공간이 있지는 않을뿐더러 요즘에는 대부분 디지털로 쓰이기 때문에 이렇게 낭만 있는 공간은 그냥 그림의 떡일 때가 있다. 그렇지만 최참판댁의 이 공간은 낮의 개방시간에는 무료로 제공이 되니 사용해도 괜찮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의 눈치는 봐야 할 듯하다. 

세상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단순하지 않다. 단순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작가는 복잡한 인간세상을 꿰뚫어 보고 그 세상을 단순하게 그려야 한다. 한 사람의 캐릭터를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사람을 창조하는 것은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복잡하지만 복잡하지 않게 그리고 흥미 있게 그릴 수 있어야 하며 홀로 내면과 싸울 수 있어야 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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