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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8. 2024

아가일 (Argylle)

킹스맨을 이상하게 포장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첩보영화

세상의 모든 것은 손끝에서 시작이 된다. 이 세상을 창조하는 것도 변화하는 것도 발전시키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의 손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영화 속 세상도 글로 쓰인 이후에야 실체화된다. 영화 속의 엘리는 아가일이라는 상상 속의 인물을 중심으로 첩보소설을 쓰는 작가다. 필자는 그런 콘셉트 때문에 이 영화에 적지 않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작가는 콘셉트일 뿐 그다지 글과는 연관은 없는 킹스맨의 옷을 입은 애매한 첩보영화라고 할까. 


영화의 설정은 현실적일 수도 있고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설정과 상관없이 영화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납득이 되어야 한다.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많은 것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다양한 관점으로 보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가 더 재미있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다가 영화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기란 쉽지가 않다. 항상 자신이 살아왔던 패턴대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달라질 것은 없다. 

여러 번 반전에 반전을 꾀하는 설정의 영화였지만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과거를 잃어버린 여성 첩보요원이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면서 일을 해결한다는 설정은 183cm의 시원한 키의 지나 데이비스가 롱 키스 굿나인에서 연기한 바 있다. 우연한 건지 의도적인 것인지 몰라도 그 영화에서 상대역으로 나온 사무엘 L. 잭슨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참고로 영화의 재미와는 별개로 흥행측면에서 롱 키스 굿나인은 망했다. 

아가일은 현실과 소설 속의 세상을 분리하는 방식을 취했다. 현실에서의 스파이는 어찌 보면 지질하고 엉성한 반면 소설 속에서 아가일은 우리가 007에서처럼 트렌디하고 멋진 남자와 여자가 등장한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그만큼 가능성이 많아진다. 인간의 정신이 완벽하지 않기에 사회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의외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AI가 절대로 인간을 넘어설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불완전함 때문이라고 본다. 완벽한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은 생각 외로 장점은 아니다. 때론 불완전하고 엉성한 측면이 인간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속이고 속이는 설정과 반전을 넣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 뒤섞여서 마치 비빔밥처럼 섞여가는 아가일은 그냥 재미로 볼 수 있는 영화정도에 머물렀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찾아야 된다는 설정은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영화 속의 아가일을 보니 그다지 성공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영화 속에서는 매우 인기 있는 소설로 그려진다.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 소설의 마지막 권을 앞둔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이고 그녀의 소설 아가일 속 사건이 현실이 되고 그 소설은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라는 뻔한 설정 속에서 다음 챕터를 생각하면서 일을 해결해 나간다는 뜨뜻미지근한 느낌은 앨리와 에이든의 케미로 풀어내려고 한다. 아가일을 쓴 앨리는 정말 재미있게 썼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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